美 진보세력 “2012년 대선 후보 힐러리 나가라”

입력 2011-08-16 21:44

‘힐러리 나와라.’

미국 정치의 진보 진영에서 ‘힐러리 클린턴 대망론’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클린턴 국무장관이 내년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나서라는 것이다.

클린턴 후보론 배경에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진보 진영의 실망감이 자리하고 있다. 진보 진영은 이달 초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가 최종 합의한 연방정부 부채상한 협상 결과에 상당히 실망했다. 무엇보다 복지 혜택을 축소했고, 부자 증세 등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일부 강경파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노골적인 분노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 개혁과 금융 개혁을 소리 높여 추진하다 결국 대기업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하고 있고, 의료보험제도 개혁은 용두사미로 끝나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진보 진영이 내년 대선후보로 오바마 대통령을 추대해야 할지를 놓고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고 전했다. 내부에서 그의 정치적 리더십을 의심하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을 사실상 단일 후보로 추대해 온 것이 관례였다는 점에서, 진보 진영과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는 주장은 이른바 ‘후보 교체론’이다.

이는 보수층에서 점차 세력을 확고히 해가고 있는 유권자단체 티파티(Tea Party)에 대한 전략과도 관련이 있다. 티파티는 재정 적자나 세금 인상,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정책에 대해 오바마와 민주당 정부를 난타하고 있다. 티파티를 중심으로 한 전투적인 보수 진영의 공격에 오바마 대통령 측이 다소 밀리는 형국이다.

민주당 전략가인 모리스 리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침에 일어나면 그날 투쟁해야 할 것을 정리하지만, 힐러리 클린턴은 항상 데프콘1(전쟁 상황)으로 임전 태세를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런 점이 클린턴 후보론으로 응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기 침체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다. 경제 위기가 그의 책임은 아니지만 난국을 헤쳐 나가기를 기대했던 유권자들의 실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2008년 대선 경선 때 클린턴 진영의 핵심이었던 에드 렌들 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클린턴 장관이 오바마 행정부 1기의 국무장관을 물러난 뒤, 역사상 첫 여성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포기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해 재도전 가능성을 띄웠다.

클린턴 장관은 거듭 재도전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39%로 떨어진 오바마 대통령 지지율에서 보듯 비상 상황인 민주당 내부에서 클린턴 후보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