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현대그룹 ‘나눔재단’ 불참 왜?

입력 2011-08-16 21:30

범현대가의 그룹사들이 5000억원을 갹출해 만들기로 한 사회복지재단 ‘아산나눔재단’에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이 불참한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범현대가의 계열사들이 대부분 참석하는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차남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16일 발표된 명단에서 빠졌다. 또 최근 현대가와 불편한 관계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불참해 뭔가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우선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차그룹은 현대중공업 못지않은 자금력을 갖고 있다. 또 범현대가의 좌장은 고 정 명예회장의 차남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따라서 범현대가에서 만드는 재단이라면 현대차가 빠지는 건 어색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이 2007년 1500억원을 출연한 기금으로 사회공헌문화재단인 해비치재단을 운영하고 있어 아산재단 설립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재단 설립의 중심 역할을 한 정몽준 의원의 대권 행보와 현대차그룹의 불참을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정몽구 회장이 재단 설립에 참여할 경우 정 의원이 부각되지 않을 수 있어 이심전심으로 알아서 처신했을 것이란 얘기다.

특히 재단에는 현대중공업그룹 6개사가 2380억원, 정 의원이 현금 300억원과 주식 1700억원 등 2000억원을 보태기로 해 전체 출연금 가운데 80%가 넘는 4380억원을 현대중공업과 정 의원이 부담하게 됐다. 범현대가 그룹사들과 창업자 가족이 부담하는 돈은 720억원으로 전체 금액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범현대가 그룹사들이 힘을 합쳐 만드는 재단 형식이지만 사실상 정 의원과 현대중공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모양새다. 공생발전을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맞춰 재단 설립 발표를 한 것도 청와대와의 교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불참한 것은 최근 범현대가와 현 회장 간 껄끄러운 관계가 반영됐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현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정몽구 회장과 극한 대립을 했고, 결국 최근까지 화해하지 못했다.

게다가 현대그룹은 현대중공업과도 앙금이 남아있다. 현대그룹은 지난 3월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를 위한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했으나 현대중공업 등의 반대로 부결됐다. 최근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을 현대중공업이 아닌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것에서도 그런 섭섭함이 묻어난다. 현대그룹은 이번 재단 설립과 관련해 참여요청 자체를 받지 못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KCC, 현대해상,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등 범현대가 그룹사 사장단은 이날 현대 계동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단에 대한 구체적인 출연 규모와 운영 방안을 밝혔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