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협력자서 경쟁자로… 국내 제조업체 대응책 부심
입력 2011-08-16 18:29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따른 파장을 가늠하며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구글이 공식적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특허공세 방어를 위해 모토로라를 인수했다는 점을 밝혔지만 이번 인수로 구글이 그동안 협력자 관계에서 언제든 경쟁자로 바뀔 수 있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관한 질문에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모토로라 인수와 관련해 삼성전자·LG전자·HTC 등 파트너사 CEO들의 환영 메시지를 공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 측이 인수 발표 전에 미리 인수 배경과 목적을 파트너사에 설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구글이 1만7000여건의 통신 특허를 가진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안드로이폰 제조사에 ‘특허 우산’을 제공하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기대를 나타냈다.
문제는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로 직접 휴대전화 제조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에는 애플과 더불어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순학 연구원은 “모토로라에 신규 서비스나 단말기 개발 기회가 우선 부여되고, 경쟁사는 초기 개발단계에서 구글의 노하우 습득에서 한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기존 안드로이드 제조사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장기적으로 구글이 안드로이드 OS의 개방정책을 접고 애플처럼 폐쇄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할 경우 안드로이드 계열 제조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국내 제조업체들이 안드로이드 OS에 대한 극단적 의존을 탈피하는 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제조사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7을 일부 채택하고 있고, 특히 삼성전자는 독자 운영체제인 ‘바다’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OS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 적과 아군을 구별하기 힘든 상황에서 바다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보유한 독자 플랫폼”이라며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차별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폰 1위의 제조업체여서 구글이 파트너 관계를 포기하지 않겠지만, LG전자는 모토로라와 업계 3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어 사정이 다르다는 이유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6.08% 오른 75만원으로 거래를 마쳤지만 LG전자는 전날보다 0.31% 오르는 데 그쳐 희비가 엇갈렸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