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정보 공개 거절땐 정부 기소… 사회주의 中 대변신?
입력 2011-08-16 18:50
중국 국민들도 정부가 정보 공개를 제대로 안 하면 소송을 통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게는 획기적인 일로 평가된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최근 정부의 정보 공개가 미흡할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통일된 13개 조항을 담은 ‘정부 정보공개 관련 재판 규정’을 발표했다고 신경보(新京報)가 16일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2008년 5월부터 ‘정부 정보공개 조례’가 시행됐으나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지우는 규정이 없어 유명무실한 상황이었다.
최고인민법원 재판위원회는 지난해 말 이 규정을 통과시켰으나 그동안 발표를 미뤄왔다. 이번에 관련 규정을 실시토록 한 것은 ‘7·23 고속열차 추돌 참사’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최고인민법원이 발표한 이 재판 규정은 “국민, 법인 또는 기타 조직이 정부기관에 정보 공개를 요구했지만 이를 거절하거나 기한 내에 답변을 주지 않았을 때” 또는 “행정기관에서 제공한 정보가 신청한 내용과 부합하지 않거나 법률상 일정한 형식과 맞지 않을 때” 등 모두 5가지 경우에 기소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최고인민법원은 2008년 정보공개 관련 조례가 시행된 뒤 지난 3년 동안 광범위한 연구와 의견 수렴을 거쳤다. 각급 인민법원이 그동안 정보공개 관련 소송의 접수, 재판, 판결 등에 있어서 일관된 기준이 없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고법원은 특히 지방정부에 정보 공개를 요구해 거절당한 뒤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적지 않았지만 승소한 경우는 보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각급 법원이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범위’를 판단하면서 국가나 공공의 안전을 우위에 두었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 규정은 이런 측면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국가기밀’과 ‘정보공개’는 여전히 대립되는 가치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신경보는 사설을 통해 “민간에서는 정보공개소송을 ‘보이긴 하지만 통과할 수 없다’는 뜻으로 ‘유리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이번 규정이 유리문을 타파할 수 있을지 좀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법원이 정보공개소송을 접수하지 않아도 법률적 책임을 질 필요가 없도록 돼 있는 관련 규정을 들어 “법원이 과연 피고 측인 행정부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며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