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후~이익 후~이익… 거친 숨비소리 “뭍사람 물질허래 옵써”
입력 2011-08-16 21:55
제주 한수풀 해녀학교를 가다
“에메랄드 빛 바닷속 세상은 정말 아름답고 감동적이에요. 하지만 물질은 너무 힘들고 어려워요.” 태왁(해녀들이 부력을 이용하여 가슴에 안고 헤엄치는 도구)을 안고 서툰 물질로 연신 자맥질을 하는 예비 해녀들의 감탄과 탄식이 교차한다.
이들은 올해로 4번째 열리고 있는 ‘한수풀 해녀학교’의 교육생들이다. 해녀들의 삶터였던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포구 앞 바다가 뭍사람과 도민들이 참여하는 해녀교실로 변한 것이다. 앳된 모습의 여성은 물론 남성 참가자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해녀 할머니들이 강사로 나서 전통방식으로 물안경에 쑥을 비벼 습기가 차는 것을 막고, 숨비소리(해녀 특유의 숨쉬는 방법)를 “후∼이익, 후∼이익” 내며 무자맥질을 보여주자 이내 따라하는 교육생들. 아직 바닷물이 낯선 제자들은 애를 먹기 마련이지만 표정들은 한결같이 밝았다.
교육생인 주부 고지원(45)씨는 “제주도에 살지만 물질은 해본 적이 없어 해녀학교에 입학했다”며 어촌계에서 허락해 주면 바닷가로 이사해 해녀가 되고 싶다는 계획을 밝히며 활짝 웃는다.
한 교육생이 부말(소라의 제주도 사투리) 잡이에 신이 났다. 한쪽에선 성게를 건지기도 하고 잡은 문어를 포구 앞 불턱(해녀들이 물 밖으로 나와 불을 피우는 곳)에서 바로 삶기도 한다.
해녀 시어머니와 어촌계의 부탁으로 교육을 받고 있는 3명의 며느리들은 특별히 집중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은 힘들고 어려운 전통적인 방식보다 쉽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해녀학교 입학을 선택했다. 이밖에도 매주 경기도 부천에서 제주를 오가는 애완견 미용사, 아이들을 가르치는 태권도 사범,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열심히 해녀 수업을 받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반드시 해녀가 되기 위해 해녀학교에 다니는 것은 아니다. 해녀학교 1기생인 이한영(39·회사원) 제주해녀문화보존회 회장은 “바다를 좋아하고 해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동호회를 결성해 해녀들을 위한 봉사할동과 같은 다양한 일들을 하려 한다”며 “서울 해녀사관학교 운영과 해녀신문 창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 등 해녀 문화 알리기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생도 지난 2008년 30명에서 올해는 55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수풀해녀학교 임명호(53) 교장은 “제주의 해녀 문화를 전국에 알릴 기회를 제공하고,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수 있도록 열심히 가르치겠다”며 안전한 교육과 어장 보전을 함께 강조한다. 실제로 교육생들이 수업 중 수확한 해산물들은 일부만 가져가고 대부분 다시 바다로 되돌려 보내도록 하고 있다.
해녀학교의 수업은 17주 동안 이뤄지며 오는 27일이면 4기 졸업생이 배출된다. 고령화와 바닷속 자원의 고갈로 그 수가 점점 줄어드는 해녀들.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줬던 해녀들의 삶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
제주=사진·글 이병주 기자 ds5ec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