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의사도 포기한 환자가...

입력 2011-08-16 18:09


[미션라이프] 의사도 포기했다. 더 이상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인생이 끝나는 것 같았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이혜영(40) 선교사의 이야기다. 그의 병명은 미확인 중증 폐질환. 감기 등의 증세로 시작했다가 갑자기 폐가 굳어지면서 섬유화가 진행되는 무서운 병이다. 지금까지 4명이 이 병으로 사망했다.

지난 12일 서울의 한 병원 병실에서 만난 이 선교사의 얼굴에 핏기 하나 없어 보였다. 애써 엷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는 일주일 전까지 말을 하지 못했다. 지난달 3일 폐이식 수술 이후 부작용으로 성대에 심각한 상처가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분명한 음성으로 말을 했다. 옆에 있던 남편 장동만(46) 선교사는 “믿어지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이 선교사가 병원에 입원한 것은 4월 13일. 셋째 딸 예향이를 출산한 지 이틀만이었다. 갑자기 숨쉬기가 어려워 충남의 한 병원에 입원했고 2주 만에 서울의 병원으로 이송됐다. 숱한 치료 과정을 거쳤다. 폐 속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안 돼 응급조치를 받았고 흉막유착수술도 두 번 받았다. 모두 극심한 고통을 동반했다. 6월 말 2주에 걸쳐 집중 치료가 이뤄졌다. 13일째 되던 날 갑작스런 과다출혈로 응급수술을 받았다. 최고 혈압이 40을 넘지 못했다. 절망적이었다.

“작년에 하늘나라로 떠난 첫째 딸 예영(당시 3세)를 생각했어요. 딸이 있는 천국에 가는 게 더 편하다고요.” 예영은 지난해 3월 원인 모를 호흡곤란으로 숨을 거뒀다. 이 선교사도 딸과 비슷한 증세를 보인 것이다.

“중환자실 문이 열릴 때마다 죽었던 나사로가 무덤에서 걸어 나온 것처럼 ‘혜영 사모야, 나오라’고 기도했어요. 아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어요.”

장 선교사는 이 선교사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40일 가량 줄곧 병원 복도에서 살았다. 매일 오전 8시와 오후 10시만 허락되는 30분의 면회는 아내를 생사여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기적이 일어난 것은 과다출혈로 응급수술을 받은 이후였다. 2주간의 집중 치료가 끝나는 날 예기치 않던 폐 기증자가 나타난 것. 13시간의 대수술이었다. 폐 조직이 일치하지 않았지만 이 선교사는 점차 회복돼갔다.

장 선교사는 “하나님 은혜가 놀랍다. 눈물만 난다. 예수님 생각만 하면…”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선교사도 “남편은 병원 안에서 ‘기적 아저씨’로 통한다”며 “남편의 기도와 수많은 성도들의 중보가 없었다면 다시 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10년 전 필리핀 선교사로 파송을 받은 장 선교사 부부는 수도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300㎞ 떨어진 산호세 지역에서 교회 개척 사역을 펼쳤다. 지금까지 총 6개의 교회를 세웠다.

이 선교사는 현재 면역 체계 안정을 위해 약물치료 중이다. 이식된 폐에 최근 다시 물이 찼다. 여전히 고비의 연속이다. 이들을 파송한 고척교회(조재호 목사)는 얼마 전 이 선교사 치료를 위해 전 교인 대상의 ‘천사운동’을 전개, 헌금을 모아 치료비로 전달했다. 앞으로 8000만원 가량의 병원비가 더 필요한 실정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