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의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Prodigal God)
입력 2011-08-16 10:09
[미션라이프] 2년 전 쯤 콩히 목사가 시무하는 싱가포르 시티하베스트교회(CHC) 컨퍼런스에 참석했을 때, 서적 센터에서 아주 강렬한 제목의 영어 책 한권을 보았다. ‘Prodigal God’. 성경 속 탕자 이야기의 탕자(蕩子)가 영어로 ‘Prodigal Son’이다. 책을 본 순간, ‘자극적이군. 음, 그렇다면 방탕한 하나님 정도로 해석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제목이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아주 신뢰할 만했다. 티모시 켈러. 탁월한 변증가로서 미국 뉴욕 리디머교회의 담임이다. 복음은 교회의 벽을 뛰어넘어 사회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는 신념을 지닌 목회자다. 켈러와 리디머교회 교인들은 “복음을 실제 살아내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들은 지금 뉴욕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의 책 ‘Prodigal God’은 국내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으로 번역, 출간됐다. 제목은 정확하게 번역됐다. ‘Prodigal’이란 단어의 뜻은 ‘제멋대로’‘방탕한’의 뜻 뿐만 아니라 ‘앞 뒤 가리지 않고 남김없이 다 쓰는’이라는 의미도 있다. 켈러는 후자의 해석에 주목했다. 바로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은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과 같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책은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탕자이야기를 다뤘다. 그러나 제목에 반전이 있듯, 평범한 내용은 아니다. 탕자 이야기를 그동안 어떻게 들었는가? 대부분 둘째 아들의 도망과 귀환에 초점을 맞춘 설교를 들었을 것이다. 켈러는 탕자 이야기를 그렇게 해석한다면 예수 그리스도가 전달하려는 진짜 메시지를 놓치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 이야기를 ‘탕자의 귀향’이 아니라 예수가 말씀하신대로 ‘잃어버린 두 아들의 비유’라고 제목 붙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잃어버린 둘째 아들이 1막의 주인공 이라면 2막은 잃어버린 첫째 아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켈러는 둘째 아들 뿐 아니라 첫째 아들, 아버지, 마을 사람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는 이 비유를 말씀하시는 예수의 의도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고방식을 부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예수는 둘째 아들의 파괴적인 자기중심성을 경고하면서 동시에 첫째 아들의 도덕주의적 삶을 질타하신다는 것이다.
여기서 켈러는 지금 미국의 트렌드 가운데 하나인 ‘종교적이지 않지만 영적인(Not Religious, But Spiritual)’ 경향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는 둘째 아들과 같은 아웃사이더들은 현대 교회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는 “과연 왜 그럴까?”라며 결론을 내린다. “우리 목사들의 설교와 성도들의 행동이 예수가 사람들에게 미쳤던 그런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즉 목사와 성도들이 예수가 선포했던 것과 동일한 메시지를 선포하지 않고 있다.”
켈러는 아버지의 계산하지 않는 지극한 사랑을 말한다. 그러면서 이 누가복음의 비유가 하늘 아버지가 주시는 은혜의 값없음(아무 비용 없이 받는)과 더불어 그 은혜의 값비쌈도 알려 주고 있다고 언급한다. 그는 우리 모두는 첫째 아들이거나, 둘째 아들임을 암시한다. 두 아들 모두 자신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아버지를 이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종교와 복음의 차이가 나온다. 켈러에 따르면 종교는 “나는 복종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나를 받아들이셨다”는 식의 원리에 의해 작동한다. 복음의 작동 원리는 다르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에 의해 하나님께 받아들여졌다. 그러므로 나는 복종한다”이다. 켈러는 복음을 우리의 지성과 마음에 더 깊숙이 받아들일 때에만 성장하고 영구히 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복음을 먹고 살아야만 합니다. 복음을 소화하고, 우리 자신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고요. 그것만이 유일한 길입니다.”
사실 둘째 아들의 감각적인 길이나 첫째 아들의 윤리적인 길 모두 영적으로 막다른 길일 것이다. 켈러는 오직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는 길만이 생명의 길이라고 강조한다. 그 길에 들어서고 그의 구원에 바탕을 둔 삶을 살면 우리는 마침내 역사의 종말에 이르러 궁극적인 잔치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켈러의 결론이다.
책은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아니, 꼭 읽어야 한다. 복음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특히 목회자들에게는 풍성한 설교 모티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이 책을 각 교회가 처한 환경에 적용한다면 적어도 4,5편의 탁월한 설교가 나오리라.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