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예수방랑기(12)-택시운전, 인생운전
입력 2011-08-16 09:33
청년 예수 방랑기 12
택시 운전, 인생 운전
비행기가 시카고 오헤어공항에 내렸습니다. 나 예수는 등산객들처럼 조그만 배낭 하나만 달랑 메고 택시 타는 곳으로 걸어갔습니다. 맨 앞에 깨끗한 모범택시가 있었습니다.
“조금 먼 데요. 휘튼대학교까지 가실 수 있을까요?”
운전기사는 별다른 대답 없이 머리만 끄덕였습니다. 나 예수는 일부러 운전석 옆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운전이 상당히 거칠었습니다. 마약이나 술에 취한 것 같지는 않고 필경은 무슨 분노가 가슴에서 소용돌이치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속상한 일이 있으신가 보네요.”
“아내와 오늘 아침 심하게 다투었는데 아직도 제 속이 풀리지 않네요. 결혼하기 전에 기막히게 사랑했던 보이 프렌드 있던 것이 발각되었거든요.”
“아하, 그러시군요. 그런데 기사님은 결혼 전에 걸 프렌드가 전혀 없었던가 보네요?”
“저라고 왜 없었겠어요. 허지만 결혼하고는 딱 끊었지요. 그런데 아내는 아직도 은밀히 만나고 있는 거예요. 그토록 나쁜 여자가 세상 천지에 또 어디 있습니까?”
그는 대들듯이 큰 소리로 떠들었습니다. ‘네가 왜 내 여편네 역성을 드느냐’는 불평도 섞여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택시는 공항을 빠져나왔습니다. 나 예수는 바깥을 응시할 뿐 아무런 말도 걸지 않았습니다. 부부갈등 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되도록 대화할 내용도 정리했고 또 때가 차기를 기다렸습니다. 10분 넘게 흘렀습니다.
“보아하니 범상한 분은 아니신 것 같은데요...... 좀 지혜를 주실 수 있을까요?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아내에게 무어라 할까요? 오늘아침에는 당장에 때려치울 결심이었지요.”
때가 찬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에게 ‘들을 수 있는 귀’가 생긴 것입니다.
“기사님은 운전에는 베테랑이시네요. 몇 년이나 하셨어요?”
“십오 년 무사고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통위반 티켓도 전혀 없고요.”
검은 얼굴 표면에서 분노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운전이 사뭇 부드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대단하시네요. 저도 배우고 싶어 여쭈어 봅니다. 운전하실 때 뒤비침거울(백미러)이나 옆비침거울(사이드미러)을 얼마나 자주 확인해 보시나요?”
“뒤와 옆은 잠깐씩 보지만 옆을 더 자주 보아야 합니다. 물론 앞을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주의 깊게 내다보아야 하지요. 가까운 앞은 물론이고요, 먼 앞도 꼭 보아야 합니다.”
“참 좋은 것 배웠습니다. 인생도 그렇게 운전해 가야 한다는 지혜가 생기네요. 뒤쪽을 보는 것은 과거를 살펴보는 것이고 옆쪽은 현재 상황을 점검해 보는 것 아닐까요?”
“네에......? 그럼 앞을 내어다 보는 것은 미래지향적 인생을 살아가라는 뜻이네요....과거에 오래 매이지 말고, 현재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말씀이고요. 그런 말 생전 처음 듣습니다.”
“죽음 저 너머 하늘나라까지 바라보시면서요... ... 혹시 아이는 몇이나 두셨어요?”
“둘입니다. 다섯 살 아들과 두 살배기 딸이지요. 아주 인형처럼 귀엽게 생겼습니다.”
그러는 동안 택시가 휘튼대학교 앞에서 멎었습니다. 수많은 영혼들을 ‘하늘 가는 밝은 길’로 안내했던 빌리 그래함 기념센터가 있는 곳입니다. 택시비는 강사료라며 극구 사절했습니다.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해서도 아내를 더 뜨겁게 사랑하겠습니다.”
그는 방긋 웃으며 인사를 한 뒤 이내 택시를 몰고 떠났습니다. 먼 앞을 응시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