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 타령… 하나된 ‘광복축제’ 요원한가

입력 2011-08-15 21:32


66주년을 맞은 올해 광복절에도 보수와 진보단체는 서로 등을 돌렸다. 두 단체는 서울 곳곳에서 ‘따로따로’ 기념행사를 벌여 광복(光復)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집회 현장에서 보수단체 회원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봉변을 당했다.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 80여개 단체와 야5당으로 구성된 ‘8·15자주통일대회 추진위원회’ 회원 3500여명(경찰 추산)은 15일 오전 11시 서울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대북적대정책 반대를 주장하는 ‘광복 66주년, 한반도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 범국민대회’ 집회를 가졌다.

추진위는 결의문에서 “극단적인 대북적대 정책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은 불평등한 한·미동맹 반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등을 주장했다. 집회에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를 비롯해 김선동·곽정숙 의원이 참여했고,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도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시청역 인근 왕복 10차선 도로를 모두 점거해 경찰과 대치했다. 집회가 끝난 후엔 서울역까지 행진했다. 경찰은 67개 중대 병력 7200여명을 투입하고 차벽과 물대포 등을 동원했다.

전국등록금네트워크(등록금넷)와 한국대학생연합, 야5당 소속 1500여명은 오후 4시부터 청계광장 인근에서 ‘8·15 등록금 해방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 최고의원은 인근 한 보수단체 여성회원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봉변을 당했다. 정 최고위원 주변에 있던 이들의 제지로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정 최고위원은 “어떤 종류의 폭력이든 민주주의를 부끄럽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등록금넷 등은 “광복절을 맞아 살인적 교육비 부담과 등록금 고통에서 국민이 해방돼야 한다”며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하반기 국민운동을 선언했다. 일부 대학생은 유관순 복장을 하고 “대한독립 만세, 반값 등록금 만세”를 외쳤다.

비슷한 시각 보수진영도 인근에서 광복절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라이트코리아와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등 보수진영 100여개 단체 회원 6000여명은 오후 2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종북세력 척결 및 교육 바로 세우기 8·15 국민대회’를 열었다. 서울광장은 녹색 잔디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들어찼다. 참가자들의 손엔 작은 태극기가 들려 있었다. 이들 단체는 “진보세력의 무상급식 주장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또 “진보를 가장한 종북세력이 ‘희망버스’ ‘백만 민란’ 운운하며 국민을 편 가르기하고 있다”며 국내 친북좌파·반미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태평양전쟁 희생자 유족회는 오후 1시 장충체육관에서 광복절 기념행사를 가졌고, 보수성향의 역사연구단체 ‘국학원’은 태극기가 찍힌 티셔츠와 모자를 착용하고 만세를 부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