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죽은 8월 증시… 외국인 선택에 울고 웃었다

입력 2011-08-15 22:13


미국 금융위기발 주가 폭락장에서 외국인의 투자 향배에 따라 업종별·그룹사별 희비가 갈렸다.

이달 들어 외국인들은 건설업, 철강·금속업, 전기·가스업 등의 업종을 주로 팔아 치운 반면 기계·은행 관련 업종에서는 보유 비중을 높였다. 기업집단 중 이 기간 외국인 지분율이 가장 크게 줄어든 곳은 신세계 그룹이었다.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을 이끌었던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의 외국인 자금 이탈도 두드러졌다.

◇외국인, 건설 팔고 기계·은행주 샀다=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외국인 지분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건설업종이었다. 외국인의 건설업종 지분은 지난 8월 1일 22.99%에서 지난 12일 21.9%로 1.09% 포인트나 감소했다.

이어 철강·금속(-0.96% 포인트), 전기·가스(-0.9% 포인트), 화학(-0.86% 포인트), 운수·장비(-0.81% 포인트), 제조업(-0.5% 포인트) 등 순으로 외국인 지분 하락률이 컸다.

이들 업종의 주가도 폭락했다. 지난 1일 이후 건설업 지수 하락률은 19.48%로 같은 기간(1∼12일) 코스피 하락률(15.46%)보다 3.55% 포인트 높았다.

철강·금속(15.3%)은 코스피 하락률 수준을 유지했지만 나머지 전기·가스(17.15%), 화학(18.74%), 운수·장비(17.27%), 제조업(16.40%) 등은 코스피 하락률을 상회했다.

외국인은 그러나 하락장에서 기계, 은행, 섬유, 유통, 비금속광물, 의약품 등 6개 업종의 지분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지분을 늘린 것은 기계 업종으로 외국인 지분은 1.39% 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외국인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은행업종의 지분을 늘렸다. 지난 1일 이후 외국인의 은행업종 지분은 1.13% 포인트 증가했다.

미국이 2013년까지 기존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점도 은행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 대상으로 금리 매력도가 높은 우리나라 채권이 지목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대 감소 신세계, 최대 증가 대웅=외국인은 이달 들어 46개 그룹사(외국인 보유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 기준) 중 34곳의 지분을 줄였다.

그룹별로 외국인이 지분을 가장 많이 줄인 곳은 신세계다. 외국인 보유 신세계 지분율은 지난 12일 50.66%로 1일(54.66%) 대비 4% 포인트 감소했다. 이어 대림(-1.83% 포인트), KCC(-1.7% 포인트), OCI(-1.69% 포인트) 등 순이다.

특히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이 5조원 이상인 상위 10개 그룹사 중에서는 차·화·정 위주의 팔자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현대차(-0.78% 포인트), LG(-0.43% 포인트), S-OIL(-0.45% 포인트)에서 외국인의 팔자가 두드러지는 등 총 9개 그룹사의 외국인 지분이 줄었다. 외국인 지분율이 유일하게 늘어난 10대 상위 그룹은 KT&G(0.1% 포인트 증가)뿐이었다.

반면 지난 1일 이후 동부(1.3% 포인트), 웅진(0.95% 포인트), 동양(0.53% 포인트), 동국제강(0.43% 포인트)에서는 외국인 지분율이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애널리스트는 “8월 외국인 매도세는 차익실현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