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브래들리 “와우! 행운의 17번홀”… PGA 챔피언십서 무명 더프너 꺾고 메이저 첫 출전 우승
입력 2011-08-15 21:16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제93회 PGA챔피언십 우승자를 가리는 최종 4라운드가 열린 15일(한국시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전에 돌입한 주인공은 예상을 깨고 무명에 가까운 키건 브래들리(25·미국)와 제이슨 더프너(34·미국)였다. 두 선수의 운명은 파3홀인 17번홀(207야드)에서 결정났다.
미국 조지아주의 애틀랜타 어슬레틱 골프장(파70)의 17번홀은 멋진 조경과 함께 연못을 끼고 있어 가장 아름다운 홀로 꼽힌다. 그러나 계단으로 올라가 그린을 내려다보면서 티샷을 해야 하는 이 홀에서 두 선수의 희비는 엇갈렸다.
5타 차까지 앞서며 우승을 눈앞에 뒀던 더프너는 15번홀(파3)과 16번홀(파4)에서 연속 보기로 흔들렸고, 결국 17번홀에서 뼈아픈 실수를 저질렀다. 더프너는 버디 퍼트를 홀에서 3m가량 지나친 지점으로 보낸데 이어 파퍼트마저 놓쳐 보기를 기록했다.
반면 브래들리는 15번홀(파3)에서 트리플보기를 범했지만 17번홀에서 10m가 넘는 거리의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브래들리와 더프너는 최종합계 8언더파 272타로 동타를 이룬 뒤 16∼18번홀에서 합산 스코어로 승부를 가리는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에서도 17번홀에서 승부가 결정됐다. 더프너는 17번홀에서 다시 3퍼트 실수로 보기를 한 반면 브래들리는 16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홀 1.5m에 붙여 버디를 잡은 뒤 나머지 홀을 파로 막았다. 브래들리는 연장전에서 1언더파를 쳐 이븐파에 그친 더프너를 1타차로 꺾고 우승컵인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로써 브래들리는 메이저 대회 첫 출전이었던 이번 대회에서 깜짝 우승하며 무명에서 일약 세계 골프계가 주목하는 ‘영건’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세계 랭킹도 지난주 107위에서 29위로 무려 78계단 뛰어올랐다. 브래들리는 지난 시즌 2부 투어인 네이션 와이드투어에서 뛰었을 정도로 골프계에서는 낯선 인물이다. 더프너도 무명 선수로서 ‘147전 148기’만에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거머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지만 17번홀을 넘지 못해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한편 재미교포 나상욱(28·타이틀리스트)은 공동 10위(2언더파 278타)로 경기를 마쳤다. 최경주(41·SK텔레콤)는 공동 39위(4오버파 284타), 양용은(39·KB금융그룹)은 공동 69위(12오버파 292)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