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세이 ‘유소유’ 펴낸 고세진 전 아세아연합신대 총장 “나누고 공유하려면 소유한 것 있어야”
입력 2011-08-15 17:57
고세진(58·사진) 전 아세아연합신대 총장은 미국 시카고대에서 근동고고학을 전공하고 이스라엘 예루살렘대 총장을 지낸 신학자다. 그가 최근 삶 속에서 길어 올린 지혜와 종교적 성찰을 담은 신앙에세이집 ‘유소유’(순정아이북스)를 내놓았다. 1980년대 미국과 이스라엘 유학생활과 92년과 95년 각각 입양한 제이슨(21·미국 테일러대 재학)씨와 수지(16·미국 줄리아드음대)양의 대화 등 생활 속 소재를 통해 번득이는 혜안을 제시한다.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타 종교인들에게도 목사이자 신학자, 기독교인이 고난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원색적인 신앙 이야기를 하면 거부감이 생기고 역효과만 생기거든요. 해결할 수 없는 고난이 왔을 때 우리는 그걸 어떻게 해결하는지 우리의 소유 속에 신앙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고 전 총장은 불치성 악성 신장병을 앓았던 제이슨이 하나님의 은혜로 완치되는 이야기부터 프린트 교체, 고장 난 자동차가 수리되는 사소한 이야기까지 야웨 하나님이 간섭하시는 것을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소개한다.
“흰 눈이 펄펄 내리는 날, 셔츠 한 장 입고 나가서 눈을 치우거나 눈사람을 만드는 아들을 보면서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아들아, 인생에 큰일을 하려고 안 해도 된다. 너는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대하다. 너는 신이 존재함을 증명하는 시청각 자료다.’”(121쪽)
그렇다면 그가 없는 것에 대한 불만과 있는 것에 대한 불안의 시대, ‘무소유’가 아닌 ‘유소유’를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버림과 가짐 사이에 균형이 깨지면 어느 한쪽을 강조하게 되고 방향성을 잃게 됩니다. 유소유는 자신이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귀하게 여기는 것들을 남과 기꺼이 나누고 그걸 공유하는 것입니다. 남에게 무엇을 나누어 주고 공유하려면 소유한 것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예수님은 유소유의 위대한 모델입니다.”
양평=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