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공생발전’ 외치는데… 대기업 ‘동반성장협약’은 1회용

입력 2011-08-15 21:55

대기업들이 납품거래 관계에 있는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을 약속하며 맺은 ‘동반성장협약’의 재체결률이 50%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동반성장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강력히 추진해 온 이 협약이 대기업들의 생색내기용 1회성 이벤트로 그치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따라 협약을 연장하지 않거나 협약 체결 자체를 기피하는 업체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하는 등 협약 이행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15일 공정위에 따르면 2007년 9월부터 지난 7월말 현재까지 동반성장협약을 맺은 대기업 181곳 중 2번 이상 연속 협약을 체결한 기업은 절반이 채 안 되는 79곳(44%)에 불과하다. 세 번 이상 체결한 기업은 22곳(12%)뿐이었다.

동반성장협약은 대기업이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에 힘쓰겠다며 납품 거래 관행 개선 등을 약속하는 자율 협약으로, 협약 체결 1년 뒤 공정위가 협약 이행 정도를 평가한다. 협약을 다시 체결하지 않는 한 두 업체 간 협약의 효력은 1년으로 끝난다. 자율 협약이기 때문에 협약 연장을 강요할 수단은 없다.

그러나 절반 이상의 협약이 1회성으로 끝남에 따라 동반성장정책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동반성장협약 확산을 추진하면서 협약의 내실보다는 참여 기업 수 늘리는 데만 치중한 결과라는 비판도 나온다.

공정위는 협약을 체결했다가 재체결하지 않은 기업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한번 (약속을)했는데, 다시 하지 않는 기업들은 좀 더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면서 “진짜 잘 해서 협약 체결을 더 안하는 건지, 뭔가 문제가 있어서 발을 뺀 건지 등을 구분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애초에 협약에 참여하는 대기업 자체도 매우 적다”면서 “지난 3월 하도급법 개정 때 공정위가 대기업에 협약 체결을 권장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반영된 만큼 협약에 아예 참여하지 않은 기업들에 대해서도 집중 압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7월 기준 1580개) 기준으로만 봐도 협약 체결 기업(181곳)은 전체 대기업의 12% 정도에 불과하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56개 동반성장지수 평가대상 대기업에 대해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협약’ 이행 여부에 대한 서면 조사를 진행,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또 하도급 단가를 부당 인하한 20여개 대기업에 대한 제재 내역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공정위는 동반성장 관련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1개 과를 신설하고 필요 인력을 증원하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