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8·15 경축사] “2013년 균형재정 목표”… 정치권 복지경쟁 경계

입력 2011-08-15 21:47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문제와 한·일 관계 언급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을 경제에 할애했다. 정치·사회 분야도 복지 포퓰리즘, 비정규직 등 경제 관련 이슈만 거론했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우리 사회의 문제가 대부분 경제에서 파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것이 ‘공생발전’ 개념이다. 영어 표기로는 ‘생태계(ecosystem)’를 뜻하는 ‘Ecosystemic Development’를 제시했다. 김 수석은 “영어 그대로는 ‘생태계형 발전’이 더 적확한데 선뜻 와 닿지 않아 공생이란 표현을 썼다”고 말했다. ‘생태계형 발전’을 ‘공생발전’으로 의역한 것은 이 대통령 아이디어라고 한다.

◇공생발전=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경제번영과 환경보전, 성장과 삶의 질, 경제발전과 사회통합, 국가발전과 개인발전이 함께 가는 새로운 발전체제가 공생발전”이라고 밝혔다. 신자유주의 시장경제가 우선시해온 경제의 번영, 성장, 발전이 복지국가에서 강조하는 삶의 질, 환경보전, 사회통합 등의 가치와 함께 구현되는 새로운 체제가 필요한 때라면서 이를 공생발전이라 명명한 것이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와 최근의 글로벌 재정위기를 겪으며 나온 구상이라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로 무한경쟁, 승자독식, 탐욕 등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문제점이 드러났고, 복지국가 모델도 한계에 봉착해 최근의 재정위기를 초래했다고 본다”며 “두 가지 위기, 두 모델의 한계를 모두 극복하기 위해 공생발전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은 공생발전을 설명하며 여러 차례 생태계에 비유했다. 그는 “약육강식의 정글(신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벗어나 공존공생이 이뤄지는 숲으로 가자”고 말했다.

그러나 경축사에서 제시된 공생발전의 방법론은 동반 성장과 대기업 책임론을 다시 강조한 것뿐이다. 동반 성장은 지난해 경축사에서 주창한 ‘공정한 사회’의 실천 방안으로 이미 추진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08년 경축사의 ‘녹색성장’, 2009년 ‘친서민 중도실용’, 2010년 ‘공정한 사회’의 연장선에서 나온 개념”이라고 말했다.

◇균형재정=이 대통령은 “올해 복지예산은 전체의 약 30%, 86조원으로 역대 최대이고, 초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어 계속 늘 수밖에 없다”면서 정치권의 복지경쟁에 강한 경계감을 나타냈다. 최근 국가부도 사태를 겪은 나라들이 과도한 복지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인식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잘 사는 사람들에게까지 복지를 제공하느라, 어려운 이들에게 돌아갈 복지를 제대로 못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며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도 했다.

이런 전제에 이어 “재정 위기는 해결할 마땅한 수단이 없어 가장 위험하다”며 ‘균형재정’ 달성 목표로 2013년을 제시했다. 김 수석은 “기획재정부에선 이 목표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확신하긴 어려운 변수가 많아 대통령께서도 ‘가능하다면’이란 표현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균형 재정을 위해 이미 경직성 비용이 돼 있는 기존 복지예산을 삭감할 순 없고, 새로운 복지 요구가 있을 때 좀 더 면밀히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축사에서 언급된 ‘균형재정을 추구하면서도 늘려갈 예산’은 일자리 관련 항목이 1순위로 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인 창조기업 육성 등 창업 지원 액수는 상당부분 늘어날 것”이라며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한 종합대책도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