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8·15 경축사] 전향적 對北 메시지 없었다… 독도 언급 안해
입력 2011-08-15 18:39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 획기적인 대북 메시지는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책임 있는 행동과 진정한 자세로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남북관계의 기존 원칙만 재확인했다.
원고 분량도 예년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2008년 취임 후 첫 경축사에서는 ‘한반도 경제공동체 실현’을, 2009년에는 ‘남북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고위급 회담 설치 및 5대 개발 프로젝트’를, 지난해엔 ‘통일에 대비한 통일세 도입 논의’를 제시하며 설명에 시간을 할애하던 것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가 난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북한에) 새로운 제안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라고 본 것”이라며 “지금은 신뢰를 구축해 남북 간에 나온 것을 진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책임 있는 행동’과 ‘진정한 자세’를 언급한 것은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한·일 간에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독도 문제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일본에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책임이 있다”고 우회적으로 경고했다. 우리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에서, 영유권 문제를 재차 언급하는 것은 일본의 ‘국제분쟁지역화’ 전략에 말려들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축사 초반 인터넷 신청을 통해 행사에 참석한 50대 여성이 2층 객석에서 고함을 질러 잠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대통령이 ‘친서민’과 ‘공정사회’를 언급한 대목이어서 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 여성은 건설 분야와 관련해 개인적인 억울함을 호소하려다 곧바로 경호원에게 제지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휴가지까지 원고를 들고 가 수정 작업을 할 정도로 경축사에 심혈을 기울였다. 휴가 때는 정치 외교 안보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을 골고루 분배해 작성했다가, 업무에 복귀한 뒤 미국·유럽발 재정위기가 터지자 원고를 경제 분야 위주로 거의 다시 썼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원고가 3차례 통째로 바뀌었다고 청와대 참모진은 전했다.
25분가량 이어진 이 대통령의 경축사에는 모두 38번의 박수가 나왔다. 특히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하고,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문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이어졌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