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제안 ‘유로본드’ 伊 ‘찬성’ VS 獨·佛 ‘반대’

입력 2011-08-15 21:34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를 풀기 위한 유로본드 도입을 두고 회원국 간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본드 발행을 제안한 후 이탈리아까지 단일 유로본드 발행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동조하고 나섰다. 유로존의 ‘돈줄’인 독일과 프랑스는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양국은 16일(현지시간) 예정된 정상회담에서 유로본드 발행 문제를 아예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독일·프랑스 유로본드 도입 반대=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현지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회원국들이 각기 다른 재정정책을 펴고 있는 만큼 유로존 정부 채권을 모아 유로본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그는 또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유로본드에 기댈 것이 아니라 부채를 줄이고 과감한 개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고위관리들도 “유로본드가 실현되려면 회원국 간 재정 통합이 필요하다”며 “현재로선 그런 단계가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독일은 16일로 예정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유로본드 발행 문제는 회담 의제에서 빠진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유로본드 발행에 대해 양국 간 공감대 형성이 있을 수 있다는 일각의 기대를 일축하는 것이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유로본드 발행 문제는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 정부는 유로본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현재 가치 있는 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 또한 유로존 위기를 해결하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믿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찬성, 소로스도 힘 보태=유로본드 도입에 찬성하는 회원국도 있다.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지난 주말 “유로본드 발행이 일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회원국들의 대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뛰어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80)도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유로존 국가들이 그동안 공론화돼 온 유로본드 발행을 받아들일 시점이 됐다”고 주장했다. 소로스는 “유로존이 제 구실을 하려면 싫든 좋든 간에 회원국들이 기존 부채의 상당 부분을 새로 빌린 돈으로 갚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본드 발행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유로존은 붕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로스는 “유로존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독일이 유로본드 도입에 책임 있는 태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천문학적인 국가부채로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위기에 몰린 그리스와 포르투갈이 유럽연합(EU)과 유로존을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