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의 ‘기름값 전쟁’… 할인 얻어내고 담합 약해졌지만 “정부가 유류세 내릴 차례” 역풍
입력 2011-08-15 21:50
올 초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고 운을 뗀 이후 각 부처는 정유사와 주유소를 전방위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총대를 멨다. 최 장관은 1월 말 취임 후 “회계사 출신인 내가 정유사 이익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최 장관의 ‘기름값 올인’ 행보는 현재까지 6개월 이상 진행 중이다.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최 장관의 행보를 지지하는 쪽은 몇 가지 효과를 들고 있다. 우선 주유소 기름값이 폭등하던 지난 4월 정유사들을 압박해 ‘ℓ당 100원 할인’을 이끌어냈다. 실제 할인 폭은 ℓ당 50원 안팎에 불과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적절한 시기에 압박카드를 꺼냈다는 평가다.
두 번째는 정부의 공세로 정유사 간 내분이 생겨 담합구조가 어느 정도 무너졌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 정부의 압박에 SK에너지가 카드할인으로 선수를 치자 다른 정유사들이 뒤늦게 현금할인을 하면서 정유사들 간 신뢰에 금이 갔다. 이후 기름값 원상회복 방식을 놓고 또다시 정유사들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때는 GS칼텍스가 ‘점진적 환원’으로 선수를 쳤다. 기름값 정책을 잘못 쓴 SK에너지는 주유소들에 뭇매를 맞고 있다. “다른 정유사들에 비해 공급가격이 비싸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이유다. 결국 정유사와 주유소 간 불신이 커져 소비자들 입장에선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그러나 최 장관의 행보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정유사들이 정부의 압박에 백기를 드는 척하지만 실제 챙길 것은 다 챙기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유사들은 ‘눈가림 할인’을 하고, 할인기간 종료 후 가격을 대폭 올려 할인에 따른 손해까지 벌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임종룡 재정부 차관도 지난달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국제유가와 환율, 정유사·주유소 마진 등을 감안하면 현재 가격이 정부 추정가보다 53원 비싸다”며 “할인 효과도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정부가 여러 카드를 써도 기름값이 떨어지지 않자 “이제 정부가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는 역풍을 맞고 있다. 특히 주유소업계는 “정부가 고유가의 주범인 유류세는 손대지 않고 주유소만 옥죈다”며 동맹 휴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정부의 치밀하지 못한 압박책이 스스로 입지만 좁힌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지경부는 현재 진행 중인 정유사와 주유소들의 수익구조 분석이 마무리되면 기름값을 끌어내릴 여지가 클 것으로 보고 기존 행보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