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조선인 불온단체 분포도’ 발굴… 일제, 해외 독립운동단체 그물망 감시

입력 2011-08-15 21:50


일제강점기인 1930년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활동하던 해외 독립운동단체를 일본이 ‘불온단체’로 규정, 이를 감시하기 위해 만든 지도가 81년 만에 발견됐다.

2009년 출범한 전남대학생독립운동연구단 김재기(47·정치외교학과 교수) 단장은 “식민지 시절 일본 내 항일운동 단체와 광주학생독립운동의 흔적을 찾기 위해 지난 2월 일본을 방문했다가 오사카의 한 고서점에서 1930년 12월 조선총독부 경무국이 작성한 비밀문건 ‘국외조선인불온단체분포도’를 발굴했다”고 15일 밝혔다.

김 단장은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 확인한 결과 1927년 기준 해외 독립운동단체의 명단은 직·간접적 역사자료를 통해 확보하고 있지만 국내외 독립운동이 철저히 비밀스럽게 이뤄진 탓인지 ‘원본’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비록 일제가 만들었으나 암울한 시대에 진행된 해외 독립운동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소중한 지도”라고 말했다.

이 분포도는 가로 105㎝, 세로 85㎝ 크기로 중국과 옛 소련, 미국 등 해외 3개국에 거주하는 주요 독립운동단체 150여개의 명단을 자세히 표기했다.

분포도는 당시 공산당 계열은 별(★), 독립운동파 계열은 삼각형(▲)으로 표시했다. 중국과 옛 소련, 미국 3개국에 분포돼 있는 주요 독립운동단체를 구분했으며 단체의 이름과 직책, 책임자, 구성원의 이름까지 상세히 적어놓았다.

중국에는 상해임시정부(이동녕, 김구, 조소앙, 이시영), 한국독립당(이동녕, 조소앙, 안창호, 김두봉 등), 상해교민단(단장 김구), 흥사단(안창호) 등 주로 상하이와 만주 지역인 동만주∼지린(吉林)성, 남만주∼랴오닝(遼寧, 당시 봉천성)성, 북만주∼헤이룽장(黑龍江)성에 120여개 단체가 표기됐다.

옛 소련 지역의 경우 11개 단체가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 니콜라이스크 등에서 소련공산당에 가입해 고려인지부를 통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기록됐다. 미국에는 19개 단체 중 하와이 지역에서 8개 단체가 활동했고, 대한국민회(백일규), 구미위원회(서재필) 등은 뉴욕과 시카고에서 암약 중인 단체로 표시됐다.

김 단장은 “우리 조상들이 나라 잃은 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에서 활발한 독립운동을 펼치자 일본이 이를 면밀하게 감시, 통제하려 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도”라며 “일본 방문기간 동안 와세대대학 문서고에서 당시 조선총독부 학무국이 작성한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 중간보고서 원본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