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늉만 내는 호화 청사 줄이기 안된다
입력 2011-08-15 17:35
지방자치단체장의 비대한 집무실 줄이기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니 한심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각 지자체들이 지난 1년간 기준초과 청사를 정리한 결과 224개 지자체 가운데 25곳을 제외한 89.8%가 단체장 집무실 법정기준을 맞췄다. 하지만 본보가 기준에 위배됐던 5개 광역단체장 집무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름만 의전실이나 민원상담실, 회의실 등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의전실이나 민원상담실은 단체장이 외부인을 만나는 사실상 전용공간이니 실상은 바뀐 게 없는 셈이다.
일부 기초단체의 경우 심지어 방음시설을 갖추지 않고 얇은 칸막이만 설치해 회의실 기능을 하지 못하는 날림 공사를 한 곳도 있다고 한다. 집무실 부근에 회의실만 2개 이상이 되는 경우가 있고, 일부는 단체장실만 줄여 부단체장실이 더 넓어진 곳도 있다니 쓴웃음만 날 뿐이다.
행안부는 지자체 호화청사 문제로 비판여론이 비등하고 이명박 대통령까지 문제를 지적하자 2009년 12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을 개정해 자치단체 유형과 인구규모 등에 따라 청사 기준면적을 정한 뒤 지난 4일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기준초과 면적을 정리하도록 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지방교부비를 삭감하고 담당 공무원을 인사조치하겠다고 지자체를 압박했다. 이에 지자체들은 잇따라 불만을 토로해 왔다. 멀쩡한 집무실을 바꾸느라 수천만원의 공사비를 쓸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에서부터 행안부 규정이 너무 경직돼 지역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불평도 나왔다.
지자체들의 주장에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할 바엔 제대로 하는 게 옳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중앙정부 지시에 따랐다가 사정이 허락하면 언제든 되돌리겠다는 태도는 안 된다. 진정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사무실 공간을 활용하고 필요하면 개방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마땅하다. 행안부도 실태를 정확히 확인해 시늉만 낸 곳에는 시정을 요구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