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철구] 일본에서 당당한 한국 대학생

입력 2011-08-15 17:35


1991년 일본에서 유학할 때 나는 생각만큼 당당하지 못했다. 우선 세계 제2위인 일본의 경제력과 그들의 여유로움이 왠지 나를 주눅 들게 만들었다. 20년이 지나 나는 15명의 학생들을 데리고 일본 문화체험 활동으로 협정교류대학인 삿포로대학에 다녀왔다.

학생들은 우리와 다른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추억을 만든다는 가슴에 부풀었지만, 나로서는 처음으로 학생들을 데리고 가다 보니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우리와 동일한 숫자의 일본과 중국 학생들이 우리를 맞았고 이렇게 섞여 있는 그들과 10여일간 같이 지내면서, 과거 내가 유학생일 때의 모습과는 다른, 우리나라 학생들의 당당함과 자신감, 그리고 외국인을 대하는 자연스러운 매너 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인 교수가 진행한 세미나에서는 주눅 들지 않고 일본어로 질문하던 우리 학생들, 오히려 수줍어하는 그들 앞에서 먼저 대화를 시도하고 여학생을 배려하는 모습, 스스럼없이 일본 학생들에게 다가가 같이 사진 찍자며 추억을 만드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격세지감을 느꼈다.

나를 기준으로 볼 때 불과 20여년 만에 이렇게 달라진 이유가 뭘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나름대로 생각해 보건데 아마 다음과 같은 이유가 그 바탕에 있지 않을까 한다.

첫째, 나 때만 해도 타임 잡지나 외국어테이프, 라디오방송 등의 매체가 언어학습의 전부였지만, 지금은 결심만 한다면 외국어 공부는 충분히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 있다. 또한 학교에는 원어민 교수들이 연구실 문을 열어 놓고 대화를 기다리고 있다.

둘째,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이 세계 정상에 우뚝 선 모습에서 덩달아 같이 성장하게 된 것이다. 수영의 박태환과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가 그렇고, 세계 곳곳에서 프로로 활약하고 있는 수많은 스포츠인, 그리고 예능뿐 아니라 클래식에서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그들로 하여금 무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 학생들을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으로 생긴 자신감이다. 일본에서의 한류바람은 욘사마로 시작하여 카라와 장근석 등으로 이어지는 일회성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일본의 1위 이통사인 NTT docomo가 삼성전자를 선택하면서 갤럭시S가 지난해 10월 일본시장에서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이뿐이 아니다. BB크림과 막걸리 등의 수출은 한국 중소기업들 몫이다.

물론 이러한 요소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젊음의 동력을 발산하기 위해서 울타리를 벗어나 직접 체험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한국의 대학생들이여, 밖으로 나가서 체험하라. 그리고 우리의 국력을 실감하면서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당당하길 바란다.

강철구 배재대 교수 (일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