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손수호] 세기의 특허소송
입력 2011-08-15 17:31
삼성과 애플 간에 전개되는 소송은 치열하다 못해 살벌하다. 9개국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국가별 법체계가 다르니 나라마다 승패가 엇갈릴 수 있다. 소송 내용은 기술을 다투는 특허 4건에 디자인권이 6건이다. 여기에 상대방 제품처럼 보이게 했다는 부정경쟁행위까지 보태졌으니 지적재산에 관한 다툼의 총합이다.
지적재산은 처음부터 한 덩어리다. 알렉산더 벨이 전화기를 만들면 특허권, 송수화기가 분리된 벨의 전화기를 하나로 일체화하면 실용신안권, 전화기를 예쁘게 디자인하면 의장권, 전화기에 마크를 붙이면 상표권을 취득한다. 널리 알려진 상호는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보호받는다.
특허의 목적은 발명정신을 보호해 기술진보와 산업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가 일갈했다. “국부를 증진시키는 것은 애국심이 아니라 개인의 이기심이다.” ‘10분의 1법칙’도 특허를 뒷받침한다. 1만개의 아이디어 중 1000개가 특허출원하고, 이 중 프로젝트화하는 것은 100개, 시장에 나가는 게 10개, 수익을 남기는 것이 1개라는 설명이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경우는 어떤가. 1594년 양수·관개용 장치를 특허출원한 그는 이런 글을 올렸다. “제가 발명한 기계는 말 한 마리 힘으로 기계에 붙어있는 20개의 구멍에서 끊임없이 물이 나옵니다. 그것은 뼈를 깎는 노력과 많은 비용을 써서 완성한 것인데, 모든 사람의 공유재산이 되는 것은 견딜 수 없으므로, 특허를 주면 사회복지를 위해 새로운 발명에 힘쓰겠습니다.”
저항도 있었다. 모방이야말로 산업에 추진력을 준다는 반(反)특허이론이 활발히 제기된 것이다. 여기에 쐐기를 박은 이가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그는 1849년 하물을 적재한 선박이 얕은 여울에 도착했을 때 무사히 통과하는 기술을 출원했다. 비록 실용화되지는 않았으나 그보다 우아한 말을 남겼다. “특허제도는 천재의 불꽃에 이익이라는 기름을 붓는 것이다(The patent system added the fuel of interest to the fire of genius).”
삼성-애플 재판에 세계의 눈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이 주장하는 내용이 특허로 보호할 만한 것인지, 아니면 공유영역인데도 자신들의 것인 양 욕심을 부리는 것인지가 쟁점이다. 국내 재판은 지적재산을 전문으로 다루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1부가 맡았다. 첫 심리에서 재판장을 맡은 강영수 부장판사가 말했다. “여기는 대한민국의 법정이다.” 주체성과 자신감의 발로로 보였다.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