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골프(97)
입력 2011-08-15 14:48
인내로 한 박자 쉬었다가 응징하라
오랜 공백 후에 새로운 캐디와 출전하였던 타이거 우즈는 2011 WGC 브리지스톤 경기에서 37위 중위권의 다소 부진한 성적에 그쳤다. 그러나 타이거 우즈의 캐디였던 스티브 윌리엄스와 한 팀을 이룬 아담 스콧은 17언더파의 좋은 스코어로 우승을 일구어 냈다. 우승 소감을 묻는 리포터에게 스콧은 이번 경기 중 인내심을 잘 발휘하였다고 말했다. 그렇다. 인내심은 매우 중요하다. 인내 없이 성공한 사람이나 인내 없이 우승을 한 프로 선수는 역사상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인내심은 모든 성공을 이루는 주춧돌이다.
과거에 나는 내 삶에서나 골프장에서나 인내심이 무척 부족하였다. 집에서는 아내가 섭섭한 소리를 하면 끝까지 듣지 않고 말허리를 끊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골프장에서는 보기가 연속해서 세 홀만 나오면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화가 났었다. 세계적인 프로 선수들도 연속 보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연속해서 보기를 네 개쯤 하면 완전히 속이 뒤집어지고 거의 돌아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파 아니면 더블 보기라도 좋다. 좌우간 보기는 안 한다’는 오기가 생겼고 그 결과 파보다 오히려 더블 보기가 더 많이 나왔다. 인내하지 못하고 분노를 터뜨리면 스코어는 더 망가지고 경기 내용도 좋지 않은 결과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묵상 중에 우리 인간들을 향한 하나님의 인내심을 조금 이해한 뒤로는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그 덕분에 한참을 인내하면 덜컥 버디가 나와 분위기를 바꿔 주기도 한다. 속이 부글거리는 것을 꾹 참고, ‘그래도 이 라운드가 끝나기 전에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며 참고 기다리던 중에 홀인원이 후반 16, 17번홀에서 터져 나온 적도 있다. 아들과의 라운드 때 경기가 안 풀린 아들이 16번 홀을 마치고 몹시 화가 나 있는 것을 보고 내가 ‘잘 참고, 행복한 마음으로 나머지 두 홀을 마무리하자’고 권했는데, 아들이 웃으며 화답한 직후 17번 홀에서 그는 나에게 홀인원을 선물로 보여 주었다. 나는 아들의 홀인원을 직접 보는 행운도 잡았다. 매번 인내심을 잘 유지할 수는 없지만, 나는 ‘이 샷 한 번만 더, 이 홀 한 번만 더, 이 라운드 한 번만 더’ 하는 방법으로 조금씩 인내심을 키워 가고 있다.
“좋은 땅에 있다는 것은 착하고 좋은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지키어 인내로 결실하는 자니라”(눅 8:15)
인생과 흡사한 골프 라운드에서 인내심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인내심이란 결코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자세를 의미하며, 인내심이 없이는 가능성도 일관성도 확보하기 어렵다. 약간의 행운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내와 땀으로 만들어진 노력 없이는 값진 성과를 이룰 수 없다.
30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고스톱이 매우 유행하였던 적이 있다. 내 친구 C는 상당히 실력이 좋으면서도 늘 돈을 잃었다. 그는 내기에서 조금만 잃으면 손에 아무리 나쁜 패가 들어와도 참지 못하고 계속 고를 외치고 출전했기 때문이다. 내가 한 박자만 쉬었다가 다음 판에 승부하라고 충고하였지만 그는 끝내 참을 수 없어 화를 좌초하기도 했다.
나는 인내의 방법으로 한 박자 쉬고 다음 번에 응징하라고 권한다. 터무니없는 티샷 실수를 한 후에 즉시 잃어버린 거리를 만회하려고 무리한 클럽으로 무리하게 공격하다가 연속 실수로 허물어지는 케이스를 많이 본다. 나는 실수 후에는 쉬운 클럽으로 쉽게 치고 그 다음 샷으로 승부하는 전략을 쓰므로, 크게 망치는 경우가 드물다.
간혹 내기를 할 때 전 홀에서 진 파트너가 배판을 부르는 경우가 있다. 전 홀에서 졌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정이 잘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티 마커를 땅땅 치며 배판을 선언하는데, 이 경우 대체로 배판을 부른 사람이 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옛말에 참을 인(忍)자 세 번이면 살인을 면한다고 했는데, 골프에서도 인내할 줄 아는 사람이 성숙한 골퍼로서 좋은 결과를
이루는 것이다.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롬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