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 “세계를 가슴에 품은 인재가 돼라”

입력 2011-08-14 19:43

“오늘은 내가 앞장서겠지만 내일부터는 여러분이 앞장서야 합니다.”

14일 모교인 충북 충주시 충주고등학교를 찾은 반기문(68) 유엔 사무총장은 “청소년 여러분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 후배들의 우렁찬 박수 속에 등장한 반 총장은 후배들에게 “세계를 가슴에 품은 인재”가 될 것을 주문했다.

충주고와 충주여고, 충주중학생 340명 등 600여명과 가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대화’에서 반 총장은 이상을 높이 갖고 현실을 잘 반영해 목표를 향해 노력하라 뜻으로 “머리는 구름에 두고 다리는 땅을 딛고 천천히 한 계단씩 올라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 함께 힘을 합하면 불가능한 일이 없다”며 “스스로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하지 말고 미래의 주역인 여러분이 국제사회에 대한 안목을 넓혀 가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창의력을 키워라, 대의와 비전을 가져라, 건전한 방향의 비판의식을 가지라”는 조언을 남겼다.

특히 “외교관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을 전해 달라”는 충주고 학생회장 박종찬군의 요청에 반 총장은 “외교관이 되겠다는 것은 환영하지만 꼭 이 길만이 좋은 길은 아니다. 대의를 품고 국제교류도 넓혀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주민 등 1000여명의 환영을 받으며 오전 9시30분 출생지인 음성군 원남면 행치마을에 도착한 반 총장 내외는 곧바로 선산을 찾아 성묘했다. 이어 기념식수, 생가 방문, 핸드프린팅 등 행사 일정을 마치고 반기문 기념관에 들렀다. 반 총장 내외는 평화랜드에서 기다리고 있던 모친 신현순(90) 여사와 깊은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반 총장은 “이렇게 열렬한 환영을 받으니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감격스럽고 감개무량하다”며 “이곳을 방문하는 국민은 유엔이 인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세계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 게 좋을지 고민해 봐 달라”고 말했다. 반 총장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끝날 때마다 군민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으며, 풍물패의 흥겨운 연주가 이어졌다.

이시종 도지사는 축사를 통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연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반 총장의 거룩한 뜻을 받들어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후원자가 되자”고 말했다.

반 총장은 오후 1시쯤 충주시내 한 호텔에서 기관장 등과 함께 오찬 간담회를 가진 뒤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충주=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