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성실로 ‘공무원 학력의 벽’ 넘다… 고졸·9급 서기보로 출발해 복지부 국장에 오른 설정곤씨

입력 2011-08-14 19:42

“인생은 긴 승부다. 열심히 노력하면 출발점에서 갖고 있던 핸디캡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고졸 학력으로 말단인 9급 서기보로 출발해 중앙 부처 고위 공무원에 발탁된 설정곤(54)씨가 남을 의식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걷는 젊은 세대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설씨는 16일자 보건복지부 인사에서 국장으로 승진해 첨단의료복합단지조성사업단장을 맡았다. 대학 교육만이 능사라는 학벌지상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 풍토에서 학력이 결코 넘지 못할 벽이 아님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현재 복지부 본부 내 국장급 공무원 20여명 중 고졸, 비고시 출신은 그가 유일하다. 설씨는 14일 “열심히 노력하면 학력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필요로 하고 그런 사람을 알아본다.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은 그만큼 대우받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속초 태생인 설씨는 1976년 고교 졸업 후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대신 9급 공무원 시험을 봤다. 그는 “당시엔 취직해 생계에 보탬이 되는 게 우선이었다. 나중에 돈을 모으면 공부를 더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실제 강원도 묵호 검역소 서무로 근무하던 초창기에 방송통신대를 두 차례 다녔지만 건강 문제로 중도에 포기해야 했다. 그는 “이후 ‘공부로 성공할 운명은 아닌가 보다. 그렇다면 내가 맡은 업무에서 최고가 되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고졸이라는 꼬리표를 의식하고 움츠러들기보다 최선을 다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그의 삶의 좌표가 됐다. 80년 복지부 본부로 옮긴 뒤부터 지금까지 특유의 성실한 태도와 실력은 고졸이라는 장벽을 뛰어넘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기획예산담당관실에서 근무할 때는 야근과 밤샘을 밥 먹듯 하며 일에 매달렸다. 보험정책과에서는 건강보험 확대 개편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91년 사무관 승진 시험에서는 서열이 앞선 30여명을 제치고 합격해 행정고시 출신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사무관과 서기관 시절에는 국무총리실과 대통령비서실 기획단에 파견되는 등 복지부 내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치며 인정을 받았다.

설씨는 고졸 출신으로 사회 첫발을 내딛는 후배들에게 용기가 되는 한 마디를 잊지 않았다. “좌절하거나 희망을 잃지 말고 열정을 갖고 성실히 임하면 학력에 관계없이 상응하는 대우를 받게 됩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