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갱 진압법 수입이라니…” 英 경찰 뿔 났다

입력 2011-08-14 19:20

영국 정부가 빌 브래턴 전 뉴욕경찰청장을 폭동 진압 자문역에 기용할 뜻을 내비치면서 정부와 경찰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경찰서장협회(ACPO) 회장인 휴 오더 경은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찰력 행사 방식이나 폭력진압 수위 등은 영국과 판이하게 다르다. 도대체 미국 갱 진압 방법을 보고 뭘 배우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영국 경시청 폴 델러 경관도 “관할 구역의 질서를 어떻게 유지할지는 그 지역 경찰이 8000㎞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브래턴)보다 훨씬 잘 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정부는 브래턴 전 청장이 영국인이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런던경찰청장 후보감으로도 고려 중이라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캐머런 총리는 브래턴 전 청장을 영입하면서 폭동에 무관용(zero tolerance) 원칙을 천명하고 나섰다. 영국 정부는 폭동에 가담한 시민을 공공 임대주택에서 내쫓기로 했다. 런던 남부 완즈워스 배터시의 임대주택에서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18세 청년이 약탈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12일 강제퇴거 당했다.

정부는 경찰에게 얼굴을 가린 복면이나 후드티, 모자를 벗도록 명령하는 권리를 부여할 방침이다. 필요하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소셜미디어 서비스도 일시 중단할 계획이다. 정부는 블랙베리 생산업체 림(RIM)으로부터 사용자 정보를 받아 체포에 활용할 방침이다.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는 “블랙베리 사용자 정보 활용이 질서회복에 기여하기보다는 불필요한 선례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브래턴 전 청장은 “무작정 체포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며 “사전예방과 개입에 필요한 다양한 전술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경찰이 두려운 존재며 법을 어기면 처벌을 받는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경찰청장과 LA경찰청장을 지낸 브래턴 전 청장은 2002년부터 6년 연속 LA 범죄율을 감소시키며 ‘슈퍼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