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유소 기름값 이번엔 내릴까
입력 2011-08-14 21:44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이번 주부터 뚜렷한 하락세를 보일지 주목된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침체 우려로 이달 들어 8% 가까이 떨어진 국제유가 동향이 본격적으로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기름값이 대폭 하락할지도 관심거리다.
1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제석유시장의 보통휘발유 가격(현물)은 이달 첫째 주에 전주보다 3.4% 떨어진 데 이어 지난주 다시 5.2% 하락하며 낙폭을 키웠다. 첫째 주 2.5% 하락한 두바이유는 둘째 주 9.6%나 떨어졌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이달 들어 7.8%, 두바이유는 9.6% 각각 하락했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보통 2주 전 싱가포르 국제석유시장의 보통휘발유 가격과 연동된다. 석유공사 측은 “국제유가 하락세는 이번 주부터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된다”며 “주유소 판매 가격은 완연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 휘발유 가격이 지난 11일, 12일 연속 상승했다”며 “일시적 반등인지 상승세 전환인지 당장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주 주유소 보통휘발유 가격은 ℓ당 평균 1952.6원으로 전주보다 0.1원 하락하며 5주 만에 떨어졌다.
현재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소진된 상태여서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기름값이 급락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세계적 투자은행(IB)인 리먼브러더스가 미국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2008년 9월 14일 직전 배럴당 107달러 선이었던 국제 휘발유 가격은 그해 말 36달러로 66%나 급락했다. 당시 국내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판매가격은 ℓ당 1723원대에서 1288원대로 25% 떨어졌었다.
여기에 정부의 전방위 가격 인하 압박이 국내 기름값 하락을 더욱 재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식경제부는 정부 주도의 대안주유소 도입, 대형마트 주유소 확대, 일본산 석유제품 수입 검토 등 쉴 새 없이 대책을 내놓으면서 정유사와 주유소에 기름값을 내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지경부는 정유사와 주유소의 영업 기밀인 ‘마진’까지도 살펴보고 있다. 판매가가 높은 주유소와 정유사의 회계 장부를 제출받아 원가, 공급가, 판매가 등을 정밀 분석 중이다.
그러나 국제유가 하락과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도 기름값이 대폭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주유소들은 “정부가 해도 너무 한다”며 집단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주유소협회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정부의 대안주유소 설립과 대형마트 주유소 확대 대응 방안’을 묻는 설문을 벌이고 있다. 선택지에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어깨띠 착용 근무, 현수막 게시, 궐기대회, 동맹휴업 등 단체 실력행사를 제시해 앞으로 대정부 투쟁을 벌일 것을 기정사실화했다. 정유사들은 지난 2분기 ℓ당 100원 할인 행사로 큰 손실을 봤다며 기름값 인하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