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하게 세금 내야 크리스천"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입력 2011-08-14 19:05


[미션라이프] ‘뭘 이렇게 많이 떼어가? 정말 유리지갑이네.’ 직장인이라면 월급 명세서에서 빠져나간 세금을 보며 대개 이런 생각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금을 적게 내고 싶어 합니다. 심지어 탈세를 해서라도 말이죠. 어떻게든 수중에 돈을 많이 갖고자 하는 생각, 돈 욕심이 자랄수록 점점 물질의 노예가 되는 겁니다.”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안창남(54·파주 예수로교회 안수집사) 교수는 고린도후서 9장 8절을 예로 들며 크리스천이 정직하게 세금을 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성경은 ‘하나님이 능히 모든 은혜를 너희에게 넘치게 하시나니 이는 너희로 모든 일에 항상 모든 것이 넉넉하여 모든 착한 일을 넘치게 하려 하심이라’고 말씀합니다. 세금을 낸다는 것은 돈을 벌었다는 뜻이고 이는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잘 사용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엇보다 한국이 하나님이 뜻하시는 일을 하려면 국고가 넉넉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 교수는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이 감세정책의 결과라고 말했다. “미국은 부자감세와 해외전쟁비용 증가로 정부 지출을 많이 했지만 세입을 증가시키지 않아 그런 위험에 빠지게 됐습니다. 결국 채무한도액만 증가시킨 셈이죠. 국가의 빚이 늘면 결국 그 짐은 태어나지도 않은 후대들이 집니다. 한국도 충분히 그럴 위험이 있습니다.”

안 교수는 2007년부터 한반도평화연구원(원장 이장로)에서 ‘통일세’ 연구를 하고 있다. “하나님께 통일을 위한 기도를 드리는 것에만 멈춰있으면 안 돼요. 실질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안 교수는 통일 후 북한의 경제 수준을 남한의 절반수준 까지 회복시키는 데 30년가량이 소모되며 이를 위해 총 100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국고에는 통일대비 비용이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아요. 통일이 되면 초반에 지출되는 비용이 천문학적 수치에 이를 겁니다. 이를 위해서라도 국고에 100조원의 예산을 비축하고 있어야 합니다. 신중하게 국민들에게 ‘통일세’의 필요성을 알려야 합니다.”

그는 2009년 기획재정부에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출해 미술품 과세(6000만원 이상 고가미술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의 입법에도 기여했다. 미술품 과세는 2013년 시행 예정이다.

안 교수가 ‘세금’과 연을 맺게 된 것은 1976년.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대학 입시를 얼마 앞두지 않고 모친이 갑자기 간암으로 사망했다. 대학입시에도 실패했다. 마음 기댈 곳이 없어 방황하다 찾은 곳이 동네 교회였다. “저도 모르게 교회로 갔죠. 뭣도 모르고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을 원망하면서 말이죠. 헌데 희한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거예요. 특별한 하나님의 은혜였죠.”

그때부터 신앙을 갖게 된 안 교수는 삶의 용기를 다시 찾았고 공무원 시험에 도전한다. 그리고 78년 서울지방국세청 세무공무원에 합격했다. “세무 공무원이 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하나님께서 그곳으로 보내신 뜻이 분명히 있었다고 봐요.” 직장에 다니며 야간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82년에는 신우회를 조직했다. 그 이름은 ‘마태회’.

“그 당시만 해도 세무공무원은 삭개오나 마태처럼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았습니다. 세무공무원의 부패도 문제였지만 기본적으로 세금징수에 반감을 가지더라고요. 상처받은 동료들을 위로할 신앙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태회는 지금까지도 명맥을 잇고 있으며 전국·지방 국세청신우회의 모태가 됐다.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이어가던 그의 삶에 또 한번 변화가 찾아온 것은 34세이던 92년이었다. “언젠가는 선교사로 나가겠다는 생각을 품고 서른 살 때부터 틈틈이 불어를 공부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 회사 게시판에서 프랑스 국비장학생을 뽑는다는 공고가 났어요.”

안 교수는 국비장학생에 뽑혀 93년부터 97년까지 프랑스 파리 제2대학교(소르본대학)에서 세법을 공부하고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렇게 국세청에서 해외대학 출신 1호 박사가 됐다.

귀국 후 그의 앞에는 두 가지 길이 열렸다. 법률회사와 강남대 교수직 제안이 들어온 것. “법률회사에서는 국세청 월급의 4~5배를 제시했습니다. 솔직히 고민했죠. 기도 끝에 강단을 택했습니다. 후대에게 올바른 물질관을 심어주고, 세금에 대한 연구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98년 교수 임용 후 안 교수는 매주 크리스천 학생들과 성경공부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저희 과 학생들은 대부분 세무공무원, 회계사, 세무사로 진로를 택합니다. 조세포탈이나 주가조작 같은 범죄에 노출되기 쉽죠. 제자들이 돈에 지배당하지 않고, 올바로 관리하는 청지기가 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안 교수는 은퇴 전까지 ‘세금철학’에 관한 책을 발간하는 것이 목표다. “물질의 주인은 하나님이라는 전제하에 세금의 개념,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올바른 세금관은 무엇인지를 담을 생각입니다. 한국이 언젠가 고액 세금 납부를 자부심으로 여기는 나라가 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이사야 기자 isay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