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는 대통령 특사 흉내, 여행업계는 일본상품 앞다퉈 판매… 도넘은 광복절 마케팅 ‘씁쓸’

입력 2011-08-14 21:42


광복절 연휴를 맞아 기업마다 발 빠르게 광복절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도 있으나 일부는 광복절을 지나치게 희화화하는 마케팅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한 온라인 게임업체는 광복절을 맞아 사용 중지된 게임 사용자의 계정을 복구시키는 ‘광복절 특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14일 “2011년 8월 1일 이전에 게임을 이용하다가 제재를 받은 회원의 이력에 대한 초기화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임게임을 하면서 상대에게 사기행각을 벌였거나 욕설 등을 해 사용이 중지된 회원의 아이디를 복권시켜 준다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15일은 대한민국이 일제의 압박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광복절”이라며 “잃었던 국권을 회복한 날을 기념해 화합의 의미로 계정이 정지된 사람의 아이디를 되살리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일부 네티즌은 “계정이 정지된 이용자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라고 반겼다. 그러나 이 회사 게시판에는 부정적인 댓글이 줄을 이었다. 다른 네티즌은 “사면이란 단어는 범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말”이라며 “대통령 흉내라도 내는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한 네티즌은 “아무리 기업 마케팅이지만 광복절을 너무 희화화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여행사들이 연휴를 맞아 내놓은 ‘광복절 특가’ 상품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여행사들은 연휴 특수를 노려 중국·동남아 지역 상품과 일본여행 상품을 앞 다퉈 판매했다. 여행사들은 ‘광복절 여행가격의 독립’이라며 동남아 지역 관광 상품(5일)을 50만~80만원에, 비교적 가까운 중국 여행 상품은 30만원대(3일)에 내놓았다. 일본의 온천지역 등 일본 관련 상품도 광복절 특가 상품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회사원 김원경(40)씨는 “일본 극우 정치인이 독도 영유권을 다시 주장하는 민감한 상황에서 ‘광복절 일본 여행’ 상품 판매는 지나친 상술”이라며 “아무리 돈을 목적으로 하는 마케팅이지만 국민 정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광복절 마케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은 국경일이라는 의미보다는 휴일이라는 의미가 더 강할 정도로 국경일의 상업화가 과도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기업이 광복절이나 3·1절 등 국가적으로 경축하는 날에는 의미가 훼손되지 않도록 논란이 될 수 있는 마케팅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승욱 이선희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