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끝, 평화의 축제 됐으면…” 8·15 집회현장 투입 서현정 경장의 희망가

입력 2011-08-14 18:33


66주년을 맞는 올해 광복절도 보수와 진보로 갈라진 국경일이 될 전망이다. 보수·진보 단체는 15일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서 각각 집회를 갖기로 해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온 국민이 하나돼 광복을 기념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순간에 보수·진보로 찢긴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단면이다.

보수·진보 단체의 ‘8·15광복절 기념집회’ 현장에 투입될 서현정(30·여·사진) 경장에게 광복절은 이념으로 갈라진 보수·진보 세력의 시위를 막는 날이 돼 버렸다. 그는 14일 “하나의 대한민국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갈라진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경찰은 보수·진보 세력의 8·15 집회가 각각 예정된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 2기동단 24기동대를 배치키로 했다. 서 경장이 속한 이 부대는 서울에 있는 유일한 여경 기동대다. 과격해질 수 있는 시위 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유도하고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폴리스 라인에 여경을 투입하는 것이다.

서 경장은 지난해 8·15 집회 때도 같은 장소에 투입됐다. 그는 “대부분 집회는 폴리스 라인을 사이에 두고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이 대치하지만 8·15 집회는 보수·진보로 나뉜 양측의 충돌을 막는 데 주력한다”고 말했다. 서 경장은 “경찰은 중립적 입장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지난해 8·15 집회 때도 집회 참가자 수십명이 과격한 시위를 벌이다 검거됐다. 서 경장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의 주장이 폭력으로 번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저마다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각자의 구호만 외치지 말고 다른 사람의 주장을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고 아쉬워했다.

서 경장은 “과격한 집회 현장에서는 동료 여경의 바지가 찢기고 안경이 깨지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정강이를 차여도 아픈 줄 모르고 현장을 지키다 상황이 끝나고 돌아올 때 통증을 느낄 때가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서 경장은 올해만큼은 달라지기를 기대했다. 그는 “온 국민을 춤추게 했던 광복 66주년인데 올해는 보수·진보로 갈라지지 말고 하나가 돼 일본 식민 지배로부터의 해방을 축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