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종주국, 뛰는 경쟁국 한국 인삼 ‘사면초가’
입력 2011-08-14 18:33
한국 인삼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1970년대 후반까지 세계 최대 생산·수출국이었지만 차츰 뒤로 밀렸다. 반면 미국 캐나다 중국 등 경쟁국은 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인삼 종주국의 ‘굴욕’=14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세계 인삼시장에서 최대 수출국은 캐나다다. 2009년 기준으로 캐나다는 세계 전체 뿌리삼(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인삼) 수출액에서 30.19%를 차지했다. 한국(22.95%)은 2위였고 미국(16.80%) 중국(15.83%) 순이었다.
캐나다와 미국은 높은 가격경쟁력, 효능에 대한 활발한 연구,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 국가품질보증정책 등 3박자 전략으로 세계적인 인삼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미국은 생산한 인삼 대부분을 중국 홍콩 등에 수출하고 12% 정도만 내수로 소비한다. 캐나다는 각 대학에 연구전담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과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재배 면적으로 세계 1위인 중국은 저렴한 생산비, 넓은 땅이 최대 강점이다. 1000여명에 이르는 전담 연구인력에다 중국 정부는 품질이 우수한 인삼을 생산하는 동북 3성의 인삼산업을 집중 육성 중이다.
우리나라에 앞서 인삼 종자 표준의 국제표준화기구(ISO)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우리 인삼 수출은 90년 1억6500만 달러를 정점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2006년 이후 점차 회복 추세에 있지만 한번 잃어버린 지위를 좀처럼 되돌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인삼 수입국인 홍콩 시장에서 점유율은 2005년 2.8%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26%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캐나다에 이어 2위에 그친다.
◇홍콩에서 ‘반격 기회’를 찾는다=인삼 가공제품 시장은 세계적인 웰빙 추세에 따라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홍삼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2009년 기준으로 세계 인삼 가공제품 시장 규모는 12억2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시장이 2억6000만 달러(21.3%)로 가장 크다.
현재 세계 인삼 가공제품을 휘어잡은 제품은 다국적 제약기업 베링거잉겔하임의 자회사인 스위스 파마톤에서 내놓은 ‘진사나’다. 사포닌 캡슐 제품인 진사나는 인삼 가공제품 시장 점유율이 40%에 이를 정도로 독보적 1위다.
하지만 반격의 기회는 있다. 중국 대만 홍콩에는 우리 홍삼이 가장 효능이 좋다고 알려지면서 짝퉁 상품이 범람할 정도다. 그만큼 우리 인삼의 품질과 효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농진청 현동윤 박사는 “베이징 상하이 도쿄 뉴델리 등 인접한 메가시티(대형 도시)를 적극 활용한 마케팅, 최대 인삼 수입국인 동시에 수출국인 홍콩 사례를 본뜬 수출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홍콩은 관세 장벽이 없는 자유무역항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수입한 인삼을 가공, 북미 중국 등에 역수출하고 있다. 인삼을 재배하지 않지만 세계적인 수출국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