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증시, 외풍에 민감’ 닮았지만-2011 ‘채권·외환시장 선전’은 달라

입력 2011-08-14 20:28


이달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한국 증시가 좀처럼 회복세로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가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현재는 대외건전성이 개선됐다”며 이러한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려 노력하고 있다.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이 2008년 상황과 달리 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외 변수들에 증시가 쉽게 출렁이는 것은 여전한 문제로 지적된다.

◇외환시장·채권시장 선전, 2008년과 달라=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에 비해 외환시장에서는 혼란 정도가 덜했다. 환율의 안정적인 동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이다.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코스피지수가 379.0포인트(17.4%) 하락하는 동안 원·달러 환율은 28.0원(2.7%) 상승하는 데 그쳤다.

환율 상승 정도가 주가 하락 정도의 6분의 1에 머문 것이다. 반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환율은 10월 한 달간 220원가량 치솟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이나 채권을 달러로 바꿔 시장을 앞다퉈 빠져나간 탓에 환율은 하루에만 50~100원씩 폭등하기도 했다.

외환시장 안정에는 채권시장의 선전도 한몫 했다. 외국인은 2008년에는 채권도 공격적으로 팔았지만 이번에는 주식 매각 자금을 모두 환전하지 않고 상당 부분 국내 채권을 사들이는 데 썼다. 2일부터 9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채권을 1조1353억원 순매수했고, 11일에도 5452억원 순매수했다.

정부는 외채 구성과 외환보유액 등 대외건전성이 개선됐다는 점을 2008년과 큰 차이점으로 든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 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2008년 9월 말 51.9%에서 올 3월 말 38.4%로 낮아졌다. 외환보유액도 금융위기 당시 2397억 달러에서 3월 말 현재 2986억 달러로 늘어난 상태다.

◇외풍 민감 여전…향후 과제는=하지만 미국에서 들려오는 소식 하나하나에 증시가 크게 출렁이는 현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 영향으로 크게 휘청이는 모습이다.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코스피지수 하락 폭(17.4%)은 일본 닛케이지수(10.0%), 중국 상하이종합지수(4.1%), 홍콩 항셍지수(16.6%) 등 아시아 주요 증시보다 컸다.

여전히 대외의존도가 높고 해외 변수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개방형 경제 체제를 유지하되 통화유출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무분별한 투자 쏠림 현상을 개선하는 것도 투자자들의 과제다.

자본시장연구원 김한수 국제금융실장은 “영·미 계열 일변도로 돼 있는 국내 외국 자본들을 다변화, 저축률이 높고 유동성이 풍부한 아시아 자본을 유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허인 국제금융팀장은 “외국인이 팔면 따라 팔고 외국인이 사면 따라 사는 식의 투자자가 많아 최근 시장에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