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지금 신뢰의 위기… ‘공포’ 잠재울 리더십이 없다
입력 2011-08-14 18:26
“지금은 글로벌 신뢰의 위기다. 각국 지도자들이 금융시장의 혼란을 치유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
지난 한 주간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는 금융시장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세계 지도자들은 두 대륙에서 불거진 위기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검증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믿을 만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믿고 따를 지도력이 없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최근 세계 금융시장 혼란 원인을 각국 지도자들의 능력 부족으로 규정했다. 주요 지도자들이 대책 마련에 애쓰긴 했지만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휴가도 반납했다.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은 긴급 회동을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폭락했고, 투자자들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를 투매했다. 나아가 이번 위기가 프랑스와 영국으로 전이될 가능성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2008년의 위기가 금융시장에서 비롯됐다면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정부에서 시작됐다고 WSJ이 분석했다. 당시 각국이 위기 대응을 위해 하나 된 모습을 보였다면 지금은 부채 문제 대응에서 미국과 유럽이 보여준 것처럼 긴장과 오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이사를 역임한 도메니코 롬바르디는 “각국 정부는 재정상황을 정상으로 돌려놓기는커녕 내부적으로도 서로 협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제 더 위험 국면으로 간다=세계은행 로버트 졸릭 총재는 13일 세계 경제가 선진국조차 숨 돌릴 틈도 없는 ‘새롭고 더 위험한’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졸릭 총재는 이날 호주 ‘위켄드 오스트레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국가부채 문제는 미국보다 더 걱정스럽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새롭고 또 다른 폭풍의 초기 상황에 있다”며 “지금은 2008년보다 사람들의 빚이 적고 그때와 같은 ‘급작스러운 충격’의 요인도 갖고 있지 않지만 대신 해결책을 찾아볼 여지가 더 적다”고 말했다. 선진국 재정에 여유가 없고 통화정책도 느슨해질 대로 느슨해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졸릭은 유로존 시스템은 현재 세계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영국 정부 차원의 지출 축소는 정말 필요하다”며 “폭동 사태로 궁지에 몰린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긴축 정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