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취업 현장] 고3후 학업공백… ‘주경야독’ 쉽지않다
입력 2011-08-14 20:09
송예진(23·여)씨는 특성화고 3학년 2학기 재학 중이던 2006년 가을 삼성전자에 취업했다. 취업 때문에 2학기 수업은 거의 듣지 못했다. 송씨는 계획했던 대학 진학을 위해 3년 후 단국대 야간대학 경영학과에 지원했지만 불합격했다. 고등학교 3학년 성적을 50% 반영하는 대입 전형에서 수업일수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한 송씨가 합격하기란 쉽지 않았다.
송씨는 다시 대입을 준비해 올해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건국대 신산업융합학과에 입학했다. 송씨는 “선취업 후진학을 염두에 두고 취업을 먼저 선택한 것은 실수였다”며 “재직자 특별전형을 생각하고 있다면 취업을 했더라도 3학년 내신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직자 특별전형은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이 졸업 후 3년 이상 산업체에 근무하면 수능시험 성적 없이도 대학에 지원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정부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선취업·후진학 형태인 재직자 특별전형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진학한 특성화고 졸업생은 ‘직장생활과 대입 준비 병행’ ‘고교 졸업 후 학업 공백’ 등 난관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건국대 신산업융합학과 2학년 조혜미(23·여)씨는 삼성생명에 재직하면서 말 그대로 ‘주경야독’했다. 조씨는 “대입을 위해 업무가 끝난 뒤 외국어와 경영학 경제학 공부를 했다”며 “일단 입사하면 공부를 계속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굳은 다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성화고 전공과 관련이 없는 일반 사무직에 취업한 경우라면 학업을 다시 시작하기는 더욱 어렵다. 덕수고 이상원 교장은 “선취업 후진학을 선택하는 학생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대부분 전공적성보다 임금을 먼저 고려한다”면서 “이 경우 사실상 3년간 공백 생겨 대학에 진학해도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특성화고 졸업생은 “재직자 특별전형이 확대 추세여도 출신 고교의 지원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한다. 건국대 신산업융합학과 1학년 남인애(23·여)씨는 “선취업한 졸업생에게 대입 정보를 꾸준히 알려주고 면접법이나 자기소개서 특강 등을 제공하는 등 고교 측의 구체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재직자 특별전형을 지난해 처음 도입했다. 지난해 입시에서는 중앙대 건국대 공주대가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265명을 선발했다. 올해는 명지대 한성대 국민대 경원대 등 시행 대학이 9곳으로 늘었다. 2012학년도 입시에서는 20개 학교가 재직자 특별전형을 실시할 예정이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