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멀어 더 빛나는 ‘우직한 음악’… 3집 ‘와이 위 페일’ 낸 이승열
입력 2011-08-14 17:55
싱어송라이터 이승열(41)의 목소리는 독보적이다. 묵직하면서도 날카롭다. 이런 음색을 가진 가수가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 싶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목소리가 이승열의 전부는 아니다. ‘한국 모던록의 전설’로 통하는 밴드 유앤미블루(U&me blue)로 그가 데뷔한 건 1994년. 이후 이승열은 개성 있고 우직한 행보로 음악 애호가들을 매료시켰다. 그의 음반이 발표될 때면 마니아들의 갈채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인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데뷔 17년이 됐는데도 스스로 “아직 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라고 말할 정도다. 그동안 TV 출연을 거의 안 한 탓도 있겠지만 유행을 좇지 않고 자신의 고집대로만 음악을 만들어온 것도 이유일 것이다.
4년 만에 3집 ‘와이 위 페일(Why We Fail)’을 발표한 다음 날인 지난 12일 서울 논현동 소속사 사무실에서 이승열을 만났다. 신보엔 타이틀곡 ‘돌아오지 않아(위로)’를 비롯해 한대수와 함께 부른 ‘그들의 블루스’ 등 총 12곡이 담겼다. 평단의 호평과 대중의 외면이 반복된 선례는 이번에도 반복될까. 이런 질문에 그는 “대중적 성공에 대한 기대감은 없는 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어진 설명은 그의 인생관을 짐작케 했다.
“대중적인 성공은 뭘 의미하는 건지, ‘성공’ 자체에 대한 밑그림 자체를 그려본 적이 없어요. 대중 안에 서는 걸 선호하는 편도 아니에요. 음악을 들을 때도 제가 좋아하는 노래와 대중이 좋아하는 노래는 반대더라고요. 저의 이런 취향 때문에 대중이 저한테 안 끌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최근 그는 MBC ‘나는 가수다’(‘나가수’) 출연이 유력시되는 가수로 지명되곤 한다. 이승열은 출연 의사를 부정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는 “출연해도 (기존 ‘나가수’ 분위기에) 휩쓸리진 않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나가수’에선 편곡을 ‘두껍게’ 하는 추세인데 난 그냥 통기타 하나 들고 해버릴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3집 음반 발매를 기념한 콘서트도 예정돼 있다. 서울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에서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한 달간 공연한다. 독특한 공연이 될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었다.
예컨대 무대는 공연장 한 가운데 설치된다. 무대에 오른 가수는 관객이 아닌 밴드와 마주보고 노래한다. 이렇다보니 콘서트를 예매하려는 팬들 사이에선 “이승열씨 등만 보다 나오지 않으려면 어느 좌석 표를 끊어야 하냐”는 말도 나온다. 이승열은 이번 공연을 통해 팬들이 가수, 그리고 무대에 선 연주자들의 “내면을 훔쳐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연습실에서 연습하는 모습을 훔쳐보는 기분이 들 것”이라며 “무대 위로는 음악과 어울리는 영상이 선보일 스크린도 설치돼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