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독도 軍 배치 득실 신중하게 따져야

입력 2011-08-14 17:49

일본 자민당 의원 3명의 ‘독도 도발’로 우리 국민의 대일 감정이 극도로 민감해진 가운데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독도에 해안 경비대가 아닌 해병대가 주둔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독도 수비를 경찰이 아닌 군이 맡도록 하자는 것이다. 홍 대표는 울릉도에 중대급 해병대를 배치하고 독도에 1개 소대씩을 파견, 순환근무를 할 수 있도록 정부에 공식 제안한다고 밝혔다.

독도를 둘러싼 일본의 계속된 억지와 망동을 보는 국민들은 독도수호를 교전권이 없는 경찰이 아닌 군이 맡아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자는 주장이 시원하게 와 닿을지 모른다. 우리 정부가 그동안 고수해온 ‘독도의 조용한 외교’ 기조가 굴욕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독도에 군대를 파견해 실효적 지배를 실증적으로 일본에 보여주자는 주장들이 계속 제기됐었다.

이 시점에서 더 냉정해야 한다. 국제외교는 두뇌싸움이고 논리싸움이다. 독도에 군대를 파견하자는 주장은 국민의 반일감정에 편승한 ‘정치 포퓰리즘’에 가깝다. 군대를 보낼 경우 국민의 기분이야 좋을지 모르지만 독도는 일본의 의도대로 국제분쟁지역화될 가능성이 높다. 즉 실효적 지배는 강화될지 모르지만 일본의 의도대로 국제사법재판소 등 제3자가 개입하는 국제분쟁지역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독도를 실질적이고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에게 조급함을 보일 필요는 없다. 군대 파견이 우리 국민의 애국심을 고양시킨다는 측면이 있으나 일본의 간교한 노림수에 말려들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독도수호에 대한 우리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고자 한다면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것처럼 독도를 관할하는 울릉도에 해병대 병력을 주둔시키는 방안을 구상해 볼 수 있다.

홍 대표의 말에 따르면 김관진 국방장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자신의 ‘해병대 독도 주둔‘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게 사실이라면 정부의 독도에 대한 조용한 외교 기조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 정부는 ‘정치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말고 독도문제를 보다 신중하게 다룰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