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청장 이메일까지 해킹 당하다니
입력 2011-08-14 17:47
조현오 경찰청장의 업무용 이메일이 부산경찰청 기동단 소속 의경에게 해킹당하고 특전사 예비역의 개인정보가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떠돌아다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 의경은 경찰 내부 업무용 컴퓨터를 이용해 전자메일시스템에 접속한 뒤 조 청장의 메일계정 첫 화면과 수신 목록만 캡처해 ‘경찰청 내부망 보안취약점’이란 글과 함께 보안전문 사이트 제보란에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의경이 조직의 총수 메일을 뒤지려는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근무기강이 풀어졌다는 점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행정 담당인 이 의경은 경찰관 입회 하에서만 내부 컴퓨터를 이용해 문서작성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는데도 총수의 이메일을 뒤질 동안 상급 경찰관은 어디서 뭘 했는지 수사를 통해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또 사이버테러대응센터를 운영하며 전문 해커들을 잡아들이는 경찰이 실제로는 조직의 내부 전산망을 이처럼 허술하게 방치한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총수의 이메일 계정이 대학에서 컴퓨터 보안을 공부한 의경에게 뚫릴 정도라면 전문 해커의 공격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러고도 국민들에게 사이버테러에 겁먹지 말고 안심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경찰은 이번 이메일 해킹사건 용의자인 의경이 메일 내용을 본 것이 아니며 전자메일시스템은 수배·전과기록 등이 수록된 조회용 전산망과 분리돼 피해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총수의 이메일은 국가 최고 기밀과 보안사항이 담겨있을 수도 있어 적색분자나 종북주의 세력의 손에 넘어갈 경우 피해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특전사 현역 2명과 예비역 3600여명의 개인정보가 노출된 사실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특전사 관련 사이트를 운영한 한 예비역이 개인 정보를 모은 것이 유출된 것으로 보이지만 군은 자세한 유출경위를 제대로 밝혀 재발을 막아야 할 것이다. 현대사회는 정보전쟁 시대다. 평시와 전시에 국민들이 믿는 최후의 보루인 경찰과 군이 보안을 한층 강화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