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수술후 ‘맘마미아’로 1년 만에 복귀 전수경

입력 2011-08-14 17:28


“앞이 불투명할 땐 ‘목소리가 빨리 돌아올 수 있을까’ 생각하곤 속상했죠. 어느 날 운전을 하면서 음악을 듣는데 저희가 냈던 라이브 음반의 노래 ‘댄싱퀸’이 나오는 거예요. 그 노래를 부를 때 행복하고 강한 에너지가 넘쳤던 기억이 났어요. 그때 ‘건강을 찾는다면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죠.”

한국 뮤지컬계의 대표 여배우 전수경(45)이 다음 달 1일 개막하는 뮤지컬 ‘맘마미아’의 주연 ‘도나’ 역을 통해 무대에 복귀한다. 지난해 ‘맘마미아’ 공연 시즌 도중 갑상선암을 발견하고 무대를 떠난 지 1년 만이다. 연습에 한창인 그를 11일 저녁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났다.

“1년 만에 무대에 돌아오니 왠지 저 혼자 제자리에 선 것 같은 느낌이에요. 내려갔다 올라왔다는 기분이 계속 들고요. 사실 탈 없이 뮤지컬을 쭉 하고 있을 때도 첫 공연 날이면 긴장되고 설레는 감정은 늘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나는 지금은 더한 것 같네요.”

그는 “주변에서 많이들 기다려 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셔서 (뮤지컬을) 다시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발병은) 저한테도 안타까웠지만 동료들에게도 많이 안타까운 일이었죠. ‘맘마미아’는 초연부터 해왔기 때문에 특히 각별해요. 관객들도 많이 사랑해주셨고요.”

그렇더라도 결심은 쉬운 게 아니다. 아무리 직업이 뮤지컬 배우이고, 수술이 성공적이었고, 동료들 응원이 끊이지 않았을지라도 성대에 무리가 가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을 터. 더군다나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습에 매달려야 하는 지금은 무모한 선택을 후회하고 있지나 않을까.

“무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들죠. 뮤지컬은 활동량이 워낙 많으니까요. 지금도 ‘무대를 지키고 싶다’와 ‘충전해야겠다’는 두 가지 생각이 계속 오가요. 하지만 뮤지컬 배우의 존재감과 매력은 다른 분야와는 비교할 수 없어요. 쉬는 동안 공연을 볼 때마다 ‘저런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뮤지컬 배우란 준비된 자만 누릴 수 있는 영광이고…. 사실 그동안 정말 오래 쉬었어요.”

‘오래 쉬었다’고 말했지만, 뮤지컬을 쉬는 동안에조차 온전히 쉬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는 영화 ‘마마’와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 잇달아 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한시적 외도가 아니라 앞으로의 진로를 염두에 둔 활동이었다. “뮤지컬계에선 톱스타였는데 다른 영역에서 처음부터 시작하기가 어렵지 않았느냐”고 묻자 “나이가 들어서 괜찮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영화는 뮤지컬과 완전히 달라요. 뮤지컬이 무대를 장악할 수 있는 배우의 예술이라면 영화는 감독의 예술, 편집의 예술이고 작은 표현 하나하나가 중요하지요. 드라마는 영화와 또 달라요. 순발력이 필요하죠. 제가 나이가 어렸으면 ‘내가 저쪽에선 스타인데’ 하는 생각을 했을 텐데, 지금은 아니에요. 예를 들어 제가 뮤지컬을 지키고 있는데 누가 갑자기 치고 들어오면 기분이 안 좋을 거 같아요(웃음). 저는 안 하던 일을 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확장한다는 게 너무 좋아요.”

언젠가 제대로 된 뮤지컬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할리우드의 뮤지컬 영화에 대한 동경이 있어요. 뮤지컬 영화는 사람을 신비하게 빨아들이는 장르인 것 같아요. 한국에선 아직 뮤지컬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지만 기회가 있다면 당연히 도전하겠지요.”

방송 촬영과 공연 연습으로 정신이 없는 가운데에도 틈틈이 요가를 하며 건강을 관리하는 게 요즘 그의 일상이다.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켜주기도 하고, 정신이 맑아져요. 하다 보면 숨이 차서 죽을 거 같고, 끝내고 싶어지잖아요. 그렇지만 힘든 걸 극복했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 무대에 선 뒤 공연이 끝났을 때와 비슷해요.”

‘맘마미아’는 디큐브아트센터 개관작으로 다음 해 2월 26일까지 공연된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