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말씀묵상 (Lectio Divina)

입력 2011-08-14 18:02


뜻이 이루어지다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 아무 것도 없는 ‘절대 무(無)’의 상황에 말씀만 계셨다. 말씀은 영원히 계신 하나님이다. 그분이 무엇을 있게 하신 그 시점을 가리켜 태초라고 부른다.

무엇이 생기기 시작했다. 생겨난 모든 것은 홀로 계신 하나님에서 나왔다. 그분이 우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말씀하심으로써.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니, 빛이 생겼다.”

새번역성경 창세기 1장 1절이다. 하나님이 말씀하신다는 표현이 창세기 1장에 9번 나온다. 기본 구조가 이렇다.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하시니… 생겼다.” 생긴 모든 것은 하나님이 말씀하셔서 나온 것이다. 이 사실이 히브리서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11장 3절이다.

“우리는 세상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보이는 것은 나타나 있는 것에서 된 것이 아닙니다.”

신체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이미 있는 어떤 것에서 된 것이 아니다. 절대 무의 상황에서 말씀이 들리면서 생겼다. 어디에서 생겼는가? 하나님에게서 나왔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를 기록하면서 하나님의 영으로 가장 크게 사로잡힌 순간 이렇게 외친다. 11장 36절이다.

“만물이 그에게서 나고,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있습니다. 그에게 영광이 세세에 있기를 빕니다. 아멘.”

하나님에게서 모든 것이 나왔다. 그분이 말씀하실 때 생겼다. 어떤 존재든 하나님이 말씀하심과 관계없는 것은 없다. 하이데거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언어 곧 말씀 없이 존재는 없다.

말씀을 뜻하는 히브리어 ‘다바르’는 말과 행동을 같이 담고 있다. 귀에 들리는 소리만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일어나는 사건과 생기는 결과를 포괄한다. 태고의 첫 말씀은 하나님에게서 나왔다. 말씀은 본디 하나님이 하셨다. 사람은 하나님께 말을 배웠다. 무릇 말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것은 다 하나님 말씀에서 나왔다.

하나님은 말씀으로써 당신 뜻을 드러내고 이루셨다.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고 사람 되지 못한 것을 회복하러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오셨다. 예수님은 사람됨의 중심을 우리에게 가르치셨다. 사람 됨은 하나님 뜻을 이루는 데 있다. 주기도문에 이렇게 표현돼 있다.

“그 뜻을 하늘에서 이루심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주십시오.”

하나님 속에 있는 뜻이 피조물로 드러났다. 뜻이 세계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말씀이 작동한다. 히브리어 다바르는 사물이나 사안의 바닥에 있는 본디 상태가 겉으로 나타나는 것과 연관돼 있다. 하나님이 말씀하실 때 그분 뜻이 남김없이 옹글고 아름답고 찬란하게 드러났다. 그래서 생긴 것이 세상이다. 그러니 그렇게 생긴 것에 이런 감탄이 어찌 없겠는가. 창세기 1장 31절이다.

“하나님이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참 좋았다!”

뜻이 세계가 되었다. 말씀하심으로써 하나님 뜻이 사람 삶이 되었다. 하나님에게서 모든 것이 나왔으니 그분은 존재의 모태이시다. 그분이 만드신 모든 것을 사람에게 믿고 맡기셨으니, 특히 사람에게 그분은 아버지시다.

말씀을 묵상한다는 것은 존재의 모태며 우리 아버지이신 그분 마음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지형은 목사 (서울 성락성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