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국방부 난입 총격전… “노르웨이 테러 모방” 추정
입력 2011-08-12 19:25
발트3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의 국방부 청사에서 11일(현지시간) 한 50대 남성이 총격을 가하고 인질극을 벌이다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에스토니아 당국은 이 남성이 지난달 노르웨이 테러 사건의 범인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를 모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2일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경찰 조사 결과 총격 사건의 범인은 아르메니아 출신의 전직 변호사 카렌 드람뱐(57)으로 확인됐다.
드람뱐은 11일 오후 3시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시내의 국방부 청사에 권총을 들고 난입해 제지하는 경비원과 총격을 벌였다. 이어 직원들이 모두 대피한 청사 안에 머물며 경찰과 대치하다 특수부대가 건물 안으로 진입하자 소지한 권총으로 자살했다. 그는 당시 2정의 권총과 100여발의 탄환, 폭발물이 든 가방, 방독면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
에스토니아 언론과 러시아 언론 매체들은 드람뱐을 ‘제2의 브레이비크’로 묘사하고 있다. 총격 당시 요구조건이 없었다는 점과 그간 활동 경력에 비춰 정치적 동기에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드람뱐은 에스토니아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좌파 성향 정당 ‘통합좌파당’의 당원으로 활동하면서 적극적 반정부 활동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드루스 안십 총리는 사제 폭발물과 총탄의 양을 볼 때 브레이비크가 국방부 청사 총격 사건의 주인공에게 영감을 줬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혼한 뒤 홀로 생활해 온 드람뱐은 에스토니아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변호사 자격을 상실했고, 2009년엔 탈린 인근 소도시의 시의회 의원에도 출마했다가 낙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