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비리 잡는 ‘검사 출신 감사관’ 뜬다
입력 2011-08-12 21:21
정부부처와 공기업에 검사 채용 바람이 불고 있다. 고질적인 내부비리를 척결하는 데는 각종 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들이 제격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검사 출신을 기용한 교육부가 비리 근절에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십년간 내려온 비리 관행이나 먹이사슬 구조를 검사 출신 1명이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도 없지 않다.
국토해양부는 신임 감사관 후보자로 서울고검의 신은철(49·사법시험 27회) 검사를 선정해 1순위로 청와대에 추천했다고 12일 밝혔다. 국토부는 감사관 공개채용에 응모한 5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심사위원회 심사와 면접을 거친 결과 신 검사를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신 검사는 1999년 부산지검에 근무하면서 탈옥수 신창원의 탈주 경위 수사를 맡는 등 강력부에서 잔뼈가 굵은 강력통으로 분류된다. 그는 또 2006년 대검찰청 감찰1과장을 지낸 데 이어 2009년엔 서울고검의 특별감찰반장을 맡아 서초동 법조타운을 암행감찰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신 검사는 강직한 성품에 사건 수사 경험이 많고, 감찰 분야도 잘 알아 정부 부처 감사관에 적격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국토부는 지난 3월 제주 연찬회 향응 파문과 지난달 전별금 비리 등 잇따라 비위 사건이 터지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고민해 왔다.
최근 고질적인 내부비리로 골치를 앓고 있는 한국전력도 30명 안팎의 대규모 기동감찰팀을 신설하고 팀장에 검사 출신을 영입키로 했다. 현재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 중이다. 응모 자격도 검사 경력 5년 이상을 포함해 법조경력 10년 이상으로 못 박았다. 한전은 기동감찰팀을 기존 감사조직과 별도로 임직원의 비위행위나 협력업체와의 부적절한 거래 관행을 은밀히 조사해 징계 또는 수사의뢰하는 식의 암행감찰조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한전은 최근 전기공사 발주와 관련해 하청업체로부터 뇌물과 술접대를 받아온 임직원 70여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되면서 복마전이란 비난을 받아 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3월 감사관에 부산고검에 근무 중이던 박준모(56·사시 24회) 검사를 임명했다. 박 검사는 취임 후 “범죄 수사하듯이 감사를 한다”는 내부 불만이 나올 정도로 강도 높은 감사를 계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과거에는 내부문서로만 보관하던 감사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함으로써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방법도 동원했다. 교과부 내부에선 박 감사관 취임 후 교육계가 상당히 맑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박 감사관은 감사도 범죄 수사하듯 곧이곧대로 하고, 과거 아는 사람은 봐주고 대충 넘어가는 식의 관행도 없앴다”며 “감사 기법도 범인 수사할 때 쓰는 방법을 응용해 파헤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노석철 정부경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