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18~19일 부재자 투표…“필승 발언 안했다”

입력 2011-08-12 22:35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사활을 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청와대와 민주당의 접근은 상반된다.

정치권의 복지경쟁을 강하게 비판한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부재자 투표로 한 표를 행사키로 했다. 투표일(24일)엔 다른 일정이 있어 부재자 투표가 진행되는 18~19일 투표소에 찾아가 직접 기표한다. 우편투표는 다른 지역에 체류 중이거나 거동이 힘든 사람만 할 수 있다.

따라서 공식 투표 1주일 전에 이 대통령의 투표 모습이 유권자들에게 공개되는 상황이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 입장에선 투표율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이 대통령이 무상급식 반대론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 그룹의 손자손녀는 자기 돈 내고 (급식)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공짜로 해준다면 오히려 그들이 화가 날 것”이라고 말해 왔다. 지난달 26일 국무회의 티타임 때는 오 시장과 따로 10여분 환담하며 주민투표 진행 상황을 묻기도 했다. 일부 언론이 이 대통령이 무상급식 투표에서 꼭 이겨야 한다고 했다고 보도하자 청와대는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다만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에 임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를 재정위기로 규정한 이 대통령이 복지 경쟁을 비판하며 무상급식 투표에 참여하면서 청와대가 직접 복지 포퓰리즘 논쟁에 뛰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오 시장의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청와대 측은 언급을 자제했다.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가 정치인 행보에 일일이 논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통령과 오 시장을 싸잡아 공격했다. 우선 이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중앙선관위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무상급식 투표를 두고 여당이 서울시와 힘을 합쳐 꼭 이겨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있다”며 “명백한 선거법과 주민투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이 대통령이 직접 말한 게 아니면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이러한 공세는 이 대통령 발언의 진위를 떠나 주민투표에 대한 청와대 개입을 철저히 견제하는 동시에 이번 투표의 불법 부당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다른 야당 및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투표 거부운동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도 “진정성이 없는 정치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오 시장의 대선 출마 여부는 관심사항도 아니고, 우리는 그를 대선 주자감이라고 생각지도 않고 있는데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면서 “투표율 미달로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자 온갖 벼랑끝 전술로 서울시민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당 일각에서는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주민투표에 미온적이던 한나라당 내 친박근혜계를 비롯한 여권이 결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불출마 선언이 주민투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무시 전략’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박선숙 전략홍보본부장은 “투표 독려가 아니라 투표를 하라고 협박하는 것”이라며 투표율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태원준 엄기영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