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 검찰총장 “종북 좌파세력과 전쟁” 취임식서 선포

입력 2011-08-12 22:25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임과 동시에 ‘종북 좌익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에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검찰발 공안정국 논란이 예상된다.

한 총장은 12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 땅에 3대 전쟁을 선포한다”며 ‘종북 좌익세력’ ‘부정부패’ ‘검찰 내부의 적’을 전쟁 대상으로 지목했다.

한 총장은 “북한을 추종하며 찬양하고 이롭게 하는 집단을 방치하는 것은 검찰의 직무유기”라며 “일사불란한 수사 체제를 구축해 적극적인 수사 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독려했다. “종북주의자들과의 싸움에서는 결코 외면하거나 물러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한 총장은 지난 4일 인사청문회에서 공안 검사들에 대한 인사 혜택 방침을 공언, 조만간 단행될 인사에서 ‘공안통’ 검사들의 약진도 예상된다.

한 총장은 이와 함께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부패지수 22위로 추락한 사실에 분개하고 또 사정기관으로서 부끄러워해야 한다. 책임을 통감하고 불퇴전(不退轉)의 결의를 다지지 않는다면 누가 우리를 영혼이 있는 검찰이라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부의 적으로 ‘오만’과 ‘무책임’을 꼽은 뒤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라 내부 기강을 바로잡겠다고 역설했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식을 열고 “국민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원칙과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공정한 법치’를 최우선 가치로 제시했다. 권 장관은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는 만큼 선거사범 처리 과정에서 일절 중립성 시비가 없도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북한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에 이어 국내 전산망을 교란시킬 수 있는 치명적 사이버 공격도 시도하고 있다”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어떤 시도에도 비장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임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모두 공안 역량 강화 방침을 밝힘에 따라 향후 공안수사 비중 확대와 함께 대대적인 공안 사정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야당은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검찰이 과거 정권 때처럼 공안정국 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또 다시 색깔론을 들고 나와 진보 정당을 탄압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두 사람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검찰 스스로 시대에 맞게 변화하도록 이끌어 달라”고 말했다. 특히 한 총장에게 “권력비리, 교육비리, 토착비리 등 3대 비리를 철저히 수사하라”며 “내년 총선·대선의 공정성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호일 태원준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