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 쇼크] 외국인 쏠림 따라 시장도 휘청…규제는 허술 ‘현금인출기’ 노릇
입력 2011-08-12 21:32
아시아 시장에서 우리 증시가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발 금융위기 충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 코스피 하락률이 아시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외국인이 9거래일 연속 팔자세 행진에 나서 코스피는 1800선이 붕괴됐다.
12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4.13포인트(1.33%) 하락한 1793.31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지난 2거래일 연속 상승했지만 이날은 외국인이 2745억원가량을 매도해 결국 1800선을 내줬다.
이달 들어 12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하락률은 각각 15.93%, 11.55%에 이른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은 1225조원에서 1026조원으로 199조원 감소했다.
코스피 하락률은 아시아 최대다. 11일까지 아시아 시장에서 대표지수가 10% 이상 하락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홍콩(항셍·-12.68%) 싱가포르(-12.32%) 대만(가권·-10.70%) 등 4곳뿐이다. 일본(닛케이·-8.66%) 파키스탄(-7.59%) 호주(-6.60%) 중국(상하이·-4.28%) 등은 증시 충격이 비교적 작았다.
세계 주요국 대표지수로 범위를 넓혀도 우리 증시의 충격 강도는 높은 수준이다. 우리 증시보다 하락률이 큰 나라는 러시아(-21.38%) 독일(-19.01%) 그리스(-18.93%) 오스트리아(-17.60%) 이탈리아(-17.12%) 프랑스(-15.88%) 등 8개 유럽권 나라뿐이다. 디폴트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의 다우존스, S&P지수, 나스닥은 하락률이 8~9%대에 그쳤다.
증시 폭락은 외국인들의 집단 이탈에서 시작됐다. 외국인은 2일 이후 9거래일간 유가증권 시장에서 5조728억원가량을 팔았다. 외국인은 수가 적지만 우리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달한다. 주식 시장 규모도 크지 않아 외국인이 일시에 한 방향에 베팅하면 증시 분위기가 일순간 바뀔 수 있는 구조다.
더구나 우리 증시는 거래대금이 많고, 거래회전율이 높다. 증시가 폭락하면 기관이 매물을 받아주기도 한다. 유사시 주식을 쉽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시장인 셈이다. 반면 규제는 없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현금인출기’ 정도로 여기는 이유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지언 실장은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식 시장 규모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작다”며 “자본시장의 규모를 키워 증시 체질을 개선하고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등을 통해 우리 시장에 들어오는 외국계 자금의 성격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