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 쇼크] 권혁세 금감원장 “외국계 증권사, 한국 경제 폄하 말라”

입력 2011-08-12 18:43


금융당국이 이례적으로 외국계 증권사를 겨냥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외국계 금융회사 사장들에게 “한국 경제 상황을 평가할 때 객관적 기준에 의거해 달라”고 주문했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이 글로벌 재정 위기에 대한 한국의 대응 능력이 취약하다고 분석한 것에 불편한 심기를 보인 것이다.

권 원장은 12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외국계 증권회사와 자산운용사 현지법인 및 지점, 외국계 은행 등 대표 20여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권 원장은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점을 자세히 설명했다. 대외채무가 적고 외환보유액은 많으며 국내 글로벌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대외 불안 요인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권 원장은 “일부 외국계 증권사에서 객관적 기준이 아닌 자의적 기준으로 유럽 재정 위기 악화 시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의 대외 상환 능력이 가장 취약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은 권 원장이 지목한 것은 최근 발표됐던 모건스탠리, 노무라증권 등의 보고서라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일 충격흡수 정도 순위에서 아시아 8개국 중 한국이 최하위라고 했다가 정부가 거세게 반발하자 10일에는 “이번에도 잘 방어해 낼 것”이라는 정반대 분석을 다시 내놓기도 했다. 노무라증권은 11일 펴낸 ‘아시아경제보고서’에서 “미국과 유럽이 경기 쇠퇴 국면으로 가고 국제 원자재가격 지수(CRB)가 15% 추가 하락할 경우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2.5%로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