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 쇼크] 진앙지 美 ‘발등의 불’ 꺼져 가는데… 유럽은 ‘佛난 집’

입력 2011-08-13 00:25


전 세계 금융시장은 호·악재가 맞물리면서 혼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용위기설에 휩싸인 프랑스는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제로(0%)를 기록했다고 발표, 유럽 재정위기와 경기둔화 우려를 증폭시켰다. 미국은 경제지표 개선과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로 불안감이 누그러졌지만 경기 후퇴 조짐은 여전히 포착되고 있다. 아시아는 헤지펀드의 횡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안절부절 유럽=프랑스 통계국은 12일(현지시간) 올 2분기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로 멈췄다고 밝혔다. 1분기 0.9% 증가율과 전문가들 예상치인 0.3%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또 유럽연합(EU)은 유로존 17개국의 6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다 앞서 불거진 프랑스 위기설에 대한 충격은 은행의 주요 단기 자금줄인 자금시장(머니마켓)에서도 가시화돼 2008년 금융위기 상황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시아 한 은행은 프랑스 은행들에 대한 자금 공급을 끊었고, 다른 5곳도 유사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이에 유럽증권시장국(ESMA)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등 유럽 4개국이 12∼15일 한시적으로 공매도(주가가 내릴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팔아 차익을 얻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위기설이 대형 은행에서 시작된 만큼 금지 대상은 금융주다. 공매도 금지 조치 덕에 이날 하락세로 출발했던 유럽 증시는 오름세를 보였으나 증시 안정을 장담하기는 힘들다.

미국의 소형 신용평가사 이건존스가 자체적으로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AA-로 낮춘 상태라고 밝혀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현재로선 16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회동이 유일한 희망이다.

한편 스위스 프랑화 가치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자 스위스는 자국 통화를 유로화에 연동시키는 페그(고정)제 시행을 시사하면서 사태 봉합에 나섰다.

◇한숨 돌린 美=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1일 “재정 지출을 줄이면 성장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일자리 확충 등 침체된 경기를 살릴 수 있는 새 제안들을 매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 경기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소매판매 실적도 2개월 연속 상승했다. 미 상무부는 12일 “7월 소매판매 실적이 전달 대비 0.5% 증가했다”고 밝혔다. 경제지표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된 뉴욕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향후 전망은 밝지 않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7월 현재 9.1%인 실업률도 연말까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으며, 내수경기 역시 본격적으로 살아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등 터진 아시아=아시아에선 헤지펀드가 도마에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주 아시아 증시 폭락 배후에는 헤지펀드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헤지펀드들은 금융위기 이후 강화한 위험관리 시스템을 토대로 이번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사태 때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가 다른 투자자보다 더 빠른 속도로 주식을 팔아 자금을 회수해 주가도 잇따라 곤두박질친 것으로 보인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