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 쇼크] 움직이는 中, 구원투수로 나서나

입력 2011-08-13 00:28

중국이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이번에도 글로벌 경제위기의 구원투수로 등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면에는 이번 ‘위기’를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는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중국이 혼란스러운 세계 금융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경제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한 중국이 해결사 역할을 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해 왔다.

중국의 움직임은 우선 위안화 절상 흐름을 용인하는 데서 확인된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 고시에 따르면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은 최근 5일 연속 하락, 6.3972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1994년 중국이 이중환율제를 단일 고정환율제로 바꾼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가파른 위안화 절상을 허용하는 것은 통화정책 변화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대니얼 후이 HSBC 외환전략가는 “중국 환율 고시에 융통성이 확대됐다”면서 “그 배경과 지속 기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경기하락 위험에 빠진 미국과 유럽 지역 국가들의 수출에 숨통을 터주는 효과가 있다.

중국의 구원투수 신호는 인민은행이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이번 주 단기자금시장에 700억 위안을 투입했다는 점에서도 읽을 수 있다. 주간 유동성 투입 규모로는 6월 말 이후 최대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해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것이다.

또 WSJ는 상하이 주식시장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국사회보장기금(SSF)이 지난 9일 이래로 적어도 100억 위안 이상의 주식을 사들였다는 설(說)도 있다고 전했다.

물론 구원투수 등판의 속내에는 위안화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리서치 업체 드래고노믹스도 “미 달러 약세 흐름을 이용해 위안화 위상을 확대하겠다는 게 중국의 계산”이라고 평했다.

위안화 절상은 일정 정도 인플레 부담을 덜 수 있어 중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면도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13년 중반까지 제로금리 유지’ 방침을 천명해 중국으로 투기 자금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위안화 절상은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중국은 위안화 절상을 받아들이면서도 미국의 제3차 양적완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절상의 속도와 폭은 중국이 조절하겠다는 뜻이다. 신화통신은 이날 발전개혁위원회 장샤오창(張曉强) 부주임의 말을 인용, “미 달러화의 지속적인 평가절하에 따라 중국이 인플레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미국은 방만한 통화정책을 그만두라”고 보도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