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산사태로 정부에 비상 걸린 날 국민연금공단 직원 성매매 의혹

입력 2011-08-12 22:38

국민연금공단에서 주식투자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이 지난달 27일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신 뒤 모텔에서 성매매를 한 혐의(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과 술을 함께 마신 사람은 증권업계 종사자로 알려져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성매매 의혹을 받고 있는 날이 수도권 폭우로 서울 우면산에 산사태가 발생한 날이어서 공공기관 직원들의 도덕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공단 직원들은 성매매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2일 “공단 직원들의 성매매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음주 초 이들을 접대한 여성들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사 결과 공단 직원 H(47) A(41) K(42)씨 등 3명은 K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증권업계 종사자 C씨(42)와 서울 방이동 소재 W단란주점에서 술을 마신 뒤 여성 접대부와 함께 인근 모텔로 이동했다. 그러나 C씨는 모텔에 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공단 직원들이 모텔에 들어가는 장면이 담긴 CCTV를 확보했다. 또 K씨와 동행한 접대부 B씨(21·여)로부터 A씨와 H씨도 각각 여성을 데리고 모텔에 들어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공단 직원들은 “모텔에 들어간 것은 맞지만 성매매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는 K씨가 술을 마신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오전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K씨가 평소 혈압이 높고 가슴 통증을 호소했던 점에 비춰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씨는 성매매 정황이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K씨 타살 여부가 초기 수사의 핵심이었으나 타살 정황이 없어 수사의 방향이 다른 공단 직원들의 성매매 의혹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공단 직원들의 접대 의혹 부분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로, 지난해 국내 주식투자 규모만 8조8003억원에 달한다. 공단 직원과 C씨는 접대 의혹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공단 직원 중 한 명이 현금으로 이날 술값 100여만원을 냈다는 진술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현금으로 결제가 이뤄질 경우 정확한 술자리 비용과 출처를 사실상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단 직원들이 입을 맞췄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공단 측은 “직원들이 성매매 사실과 접대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경찰 수사를 지켜본 뒤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