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거물들 ‘대박·쪽박’ 희비… 2011년 들어 20% 넘는 수익률 對 31% 손실

입력 2011-08-12 18:32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미국·유럽발 악재로 헤지펀드 거물들의 희비가 교차했다. 어떤 이는 대혼란 속에서도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고, 누군가는 쪽박을 찼다. 이 와중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주가가 내려갈수록 더 산다”며 차별된 투자 방식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과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한 시장의 폭락장에도 불구하고 대형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트의 레이 달리오 회장이 최근 몇 주간 35억 달러(3조7730억원)에 달하는 돈을 끌어 모아 5%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전했다. 총 자산규모 710억 달러를 보유한 그는 올해만 2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있는 위험자산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으로 금과 스위스프랑 등 안전자산에 투자했고, 이들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또한 브루스 코브너가 이끄는 캑스턴 어소시에이트나 앨런 하워드의 브레번 하워드 자산관리도 비슷한 방식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들 회사도 이달 각각 2.6%와 3.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체면을 구긴 패자들도 있었다. ‘헤지펀드의 제왕’으로 불리는 폴슨앤드컴퍼니의 존 폴슨 회장이 대표적인 케이스. 그가 관리하는 펀드의 미결제약정(장 종료 후에도 선물, 옵션 계약 등에서 전매·환매되거나 결제되지 않고 남아 있는 선물계약 총수) 가치 손실이 이달에만 15억 달러를 기록했다. 대표 펀드 수익률도 8월 첫 주에만 10% 손실을 보는 등 올해 -31%를 기록했다. 이러한 손실 규모는 헤지펀드 업계 평균 손실 비율(4%)보다 커 폴슨은 자존심에 더 큰 상처를 입었다. 손실을 키운 원인으로는 미국의 경제 회복에 대한 확신과 은행 등 금융주에 대한 집중 투자가 꼽혔다. 폴슨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주택시장 몰락에 베팅, 개인적으로만 40억 달러를 벌어들였었다.

이렇게 투자의 거물들 사이에서 명암이 엇갈리는 가운데 버핏 회장은 주식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버핏은 경제전문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상황이 나빠질수록 더 많이 산다”며 “매입 작업 중인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버핏의 과감한 투자는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