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우리는 내공으로 승부!… ‘입소문’ 중·소형 예술영화 눈길

입력 2011-08-12 17:46


올여름 극장가는 블록버스터들이 유독 많다. ‘고지전’ ‘퀵’ ‘7광구’ ‘최종병기 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퍼스트 어벤저’ 등 대작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만 있는 건 아니다. 블록버스터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관객들을 모으는 중·소형 예술영화들도 적지 않다.

우선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독일 영화 ‘헤어드레서’를 들 수 있다.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뜨면 벽에 매어둔 줄을 붙잡아야 겨우 일어날 수 있고, 의자에 엉덩이가 낄 정도로 초고도 비만인 이혼녀 카티가 온갖 역경을 딛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미용사가 꿈인 카티는 바람 난 남편과 이혼하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취업에도 실패해 곤궁하지만 베트남 출신 불법 이민자들을 돕고, 사회적 편견에도 당당히 맞서며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간다. 이런 이야기들은 우울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유머 코드가 곳곳에서 빛을 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삶에 대한 카티의 긍정적인 자세가 웃음을 유발한다.

캐나다 감독 드니 빌뇌브의 ‘그을린 사랑’도 수작(秀作)이다. 레바논 내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기독교 여성 나왈이 전쟁에 휘말려 들면서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지만 모든 것을 용서하고 껴안는 내용을 담아냈다. 충격적인 결말은 전쟁이 잉태하는 비극미를 극대화한다.

일본 영화 ‘양과자점 코안도르’도 잔잔히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감동이 묻어나는 영화다. 양과자점 코안도르를 배경으로 주변 인물들의 사연이 병렬적으로 펼쳐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있는 아오이 유우가 천진난만하고 고집 센 주인공 나츠메를 감칠맛 나게 연기했다.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인 어 베러 월드’도 지난 6월 23일 개봉 이후 4만6000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순항하고 있다. 소년들 사이에서 벌어진 폭력과 갈등, 그리고 아프리카 난민촌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한 의사의 복수와 용서의 딜레마를 그린 작품으로 덴마크의 최고 흥행 감독인 알린 수잔 비에르가 메가폰을 잡았다. 이런 예술영화들은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도 일부 상영하지만 주로 씨네큐브 광화문, 씨네코드 선재, 아리랑시네센터, 미로스페이스, 스폰지하우스 광화문 등 예술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다.

라동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