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구촌 휩쓰는 소요·폭동·시위, 한국은?

입력 2011-08-12 18:10

영국 그리스 스페인 이스라엘 칠레 등 지구촌 곳곳에서 시위와 폭동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가히 ‘사회적 소요의 세계화’다. 나라마다 시위대가 내건 요구와 주장은 다소 다르지만 그 배경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미래의 희망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의 좌절과 분노,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이다.

영국 폭동의 경우 폭도들은 아예 아무런 주장도 하지 않고 폭행과 방화, 약탈 등 반달리즘적 행태만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20.4%(5월)에 달하는 청년실업률과 긴축 재정에 따른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층 젊은 세대의 ‘막장 심리’에 주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시위 역시 과도한 복지정책의 결과로서 재정 파탄에 따른 생활고와 각각 40.1%(5월), 45.7%(6월)나 되는 높은 청년실업률에 고통받는 젊은이들이 주축이다.

청년들의 불만은 이스라엘에서도 마찬가지다. 젊은이들은 페이스북 등 SNS를 이용해 시위를 조직하고 ‘젊은 세대는 미래를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구호는 올해 아랍 각국에서 진행된 민주화 시위 때도 나온 것으로 따지고 보면 청년실업으로 대표되는 젊은이들의 절망은 이집트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도 세계적 소요사태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는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또 과거의 그리스 영국 등에 못지않게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은 국가재정 파탄을 초래해 젊은이들의 미래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지난 5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칠레 젊은이들의 시위도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칠레 학생들은 지역별 교육 불평등 심화를 이유로 지방정부가 운영 주체인 공교육을 중앙정부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거니와 교육부와 좌파 교육감들 간의 엇박자로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우리 교육 현실과 병치된다. 그런 만큼 우리도 세계 각지의 사회적 소요사태가 강 건너 불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젊은 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복지 포퓰리즘을 지양하는 한편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는 등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